톡 쏘는 맛이 인상적인 사이다는 탄산가스와 구연산이 함유돼 특유의 청량감과 달콤한 맛을 갖고 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부터 어른들이 소화제로 사용할 정도로 우리 생활 속에 밀접하게 자리하고 있는 사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최초로 사이다가 알려지게 된 곳이 인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인천 개항의 역사와 함께 시작돼 현대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사이다 제조의 역사를 살펴본다.

 # 국내 최초 사이다 제조공장이 인천에 있었다.

지난 1933년 발행된 인천부사(仁川府史)에 따르면 1905년 2월 지금의 인천시 중구 신흥동의 혜광사 부지에 ‘인천탄산수제조소’라는 사이다 제조회사가 창업했다고 전하고 있다. 당시 공장을 세운 사람은 일본인인 히라야마 마츠타로 씨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1910년 5월에는 같은 동네에 일본인 나카야마 우노키치 씨가 ‘라무네제조소’를 설립했다.

두 곳의 제조소는 모두 5마력 전동기를 사용하는 미국식 제조기를 사용해 사이다를 생산했다.

   
 
향토사학자 신태범 박사는 자신의 저서 ‘개항 후 인천 풍경’을 통해 “일본인들이 시원한 음료수를 만들어 빙수밖에 없었던 시절에 시원한 마실거리를 선보였다. 병은 그대로 내놓고 가격은 3전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내용물만 마시고 병은 다시 반품했다는 사실이 특이하다.

이처럼 인천에 뿌리를 내리고 제조를 시작한 사이다는 상호 또한 특이했는데 인천탄산수제조소가 ‘별표 사이다’를 선보였으며, 라무네제조소에서 제조한 사이다는 ‘라이온과 헬스표 사이다’였다.

인천시역사자료관 전문위원 강옥엽 박사는 “당시 평양지역에 금강사이다가 출시됐지만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평양의 자료를 확인할 수 없어 인천보다 먼저 제조됐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인천에서 처음 사이다가 제조됐다는 사실은 여러 문헌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인천의 명물에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기까지
1970년대 희극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고(故) 서영춘 선생은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곱뿌가 없으면 못 마셔요”라는 유행어를 남긴 바 있다.
이처럼 개항 후 각종 근대문물과 함께 국내로 유입된 사이다는 인천의 대표적 명물이었다. 또한 판매지역이 전국으로 확장되면서 사업이 상당히 번창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운송주식회사에서 운송하던 품목 가운데는 앞서 언급했던 ‘별표·라이온헬스’ 사이다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기독교부인교풍회 인천지부에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 주던 품목 가운데 사이다가 포함돼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기록에 따르면 1929년 생산량은 별표 사이다 4천500상자, 라무네의 경우 3만5천 다스에 이를 정도로 번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천 사이다
광복 후에는 ‘인천탄산수제조소’의 후신인 ㈜경인합동음료가 ‘스타사이다’를 제조해 큰 인기를 끌면서 인천 사이다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1950년 5월 서울에서 지금의 ‘칠성사이다’가 출시되는 바람에 사이다 업계의 판도가 뒤바꼈다.

서울발 신흥 사이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스타사이다’는, 그러나 1906년대까지 지역신문 ‘인천신보’에 꾸준히 광고를 게재할 정도로 위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후 서울 ‘칠성사이다’ 회사에 통합되면서

   
 
인천 사이다의 화려했던 역사를 마감했다.

아쉽게도 현재는 인천에서 번창했던 사이다의 과거 영광을 알려 줄 만한 자료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최초 사이다 공장이 있었다고 알려진 혜광사 부지 내에도 별다른 흔적을 찾아보긴 힘든 상황.
하지만 비록 일본인들에 의해 시작됐다고는 하나 인천지역에서 시작돼 현재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사이다 제조의 발상지였다는 점은 기억할 만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강옥엽 박사는 “기업과 관련된 사항이라 사이다 발상지로 인천을 부각시키는 것에는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인천이 사이다뿐만 아니라 각종 근대 문물이 국내에 알려지게 되는 최초 관문이었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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