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은 경험과 배움이 만나는 생활 속 체험이다. 체험이야말로 미래 경제 성장의 열쇠이며 새로운 가치의 원천이다. 그래서 수학여행은 한국의 중·고교생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필수코스처럼 여겨지는 독특한 문화라 할 수 있다. 어릴적 수학여행 떠나기 며칠 전부터 여행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가슴 설레며 밤잠을 설치던 때가 있었다. 당시는 일정이 빡빡했고 변변한 여행안내책자조차 없었다. 버스가 출발하면 수학여행 내내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불렀고 추억을 만들기 위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대며 성대를 혹사시켰다. 도시락이 형편없고 숙소가 좁아 한 반 아이들이 빼곡히 누워 잠을 자도 그 자체가 추억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수학여행을 통해 공동체의식을 배웠고 수학여행에 대한 각양각색의 추억을 간직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이전과 달리 많이 변했다. 일단 버스 안에 오르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스마트폰을 찍고 돌리며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바깥세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각자 자신만의 수학여행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눈에 익은 곳이라며, 버스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온갖 핑계를 대며 대열에서 빠지려고 한다. 움직이는 것 자체를 귀찮게 생각하고 유적지를 관심있게 돌아보는 학생도 없다. 필요한 정보는 스마트폰에서 다 찾을 수 있으니 메모할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다. 옛날 수학여행이 호기심 반, 신념 반이었던 풍속도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에게 수학여행은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고행길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제는 아이들 수학여행 방식을 바꿔야 한다. 즉, 학생과 지역민의 경제적 효용이 결합된 선순환 구조의 알뜰여행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여하며 즐기는 알뜰만족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여행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학급별로 여행지를 정해 소규모 테마여행을 계획한다든가, 여행지를 다양화해 다양한 체험기회를 갖는 학교가 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농촌체험형 수학여행단 규모가 4년째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초부터 도내 17개의 농촌체험형 수학 여행지를 찾았거나 예약한 수도권 지역 학생들은 모두 207개 학교에 4만여 명에 이른다. 올 연말까지 강원도를 찾는 수학여행단은 모두 6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수동적으로 보고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속에서 새로운 것을 체험하는 수학여행의 참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학생들은 신호등 없는 한적한 시골마을을 걷고 달리다 보면, 잠시나마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수레차를 타고 달리는 드라이브는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유·무형의 경제적 효용을 배가시켜준다. 농촌 체험형 수학여행은 농가에도 보탬이 된다. 정선 개미들 마을의 올해 예상 수입은 8억 원, 농가당 1천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부여군의 경우, 최근 서울 성북교육지원청과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 상호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이는 부여를 찾는 성북교육지원청 산하 각급 학생들에게 테마형 수학여행을 통한 백제의 우수한 역사문화 자원뿐만 아니라 굿뜨래로 대표되는 농업분야와 자연자원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또한 예전처럼 단체로 줄서서 유적지만 보고 오는 게 아니라 같은 반 학생끼리 장소를 정해 찾아가는 소규모 테마형 수학여행도 권장되고 있다. 학년단위 수학여행은 숙박시설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테마체험 프로그램 진행도 힘들다. 반면 학급단위 수학여행은 이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테마 선택의 폭 또한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체험의 경제학은 이른바 침체된 농촌을 살리고, 학생들에도 산 교육장이 되는 농촌체험형 수학여행이다. 여행의 경제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학급별로 여행지를 정해 소규모 테마여행을 계획한다든가, 여행지를 다양화해 다양한 체험기회를 갖도록 해 먼 훗날 이들이 소중하게 기억할 그런 수학여행이 되도록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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