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라는 개념보다는 나를 위해 하는 거예요. 건강도 지키고, 친구도 만나고, 그게 인생의 기쁨이죠.”
최금년(80)할머니. ‘나눔을 실천한다는 기쁨이 최고’라고 자부하는 할머니다.

안양시 동안노인복지회관 배식자원봉사대의 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최 할머니는 지난 2000년부터 이곳에서 배식 봉사활동을 하면서 안양시 노인들을 위해 물심양면 봉사해 왔다.

현재 배식봉사단은 매주 5~6명으로 돌아가면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면서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봉사활동 장소로 유명해지는 데는 최 할머니의 공헌이 컸다.

지난 7일 낮 12시 취재기자가 최 할머니를 만난 곳은 안양시 동안구 부흥동에 위치한 동안노인복지회관 3층 급식소. 
한 끼 식사를 위해 몰려든 노인 300여 명의 틈을 비집고 주황색 앞치마와 흰 머릿수건을 두른 채 갖가지 반찬과 그릇 가득 담긴 밥을 분주히 나르는 최 할머니.
최 할머니는 분주한 가운데에서도 배식을 받는 노인들에게 일일이 정답게 인사를 건네며 환한 미소로 밥·국과 반찬을 퍼주고 있었다.
특히 이날 점심에는 구수한 된장시래깃국에 김무침, 잡채, 불고기 등이 단연 인기 메뉴였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배식을 하는 최 할머니는 “배식봉사를 하면 친구들도 만나고 운동도 할 수 있어 오히려 봉사가 아니라 나에게는 영양제”라며 “내가 조금 움직여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처럼 기분 좋은 일이 없다”고 환하게 웃었다.

특히 최 할머니는 배식을 하면서 항상 수줍은 웃음소리와 해맑은 미소로 임해 노인과 봉사자들은 물론 복지관 사람들에게서 별칭을 하나 얻었다. 그 별명은 바로 ‘왕언니(Big sister)’다. 이는 단지 최 할머니가 자원봉사자 중 나이가 가장 많아서가 아니라 복지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생상담부터 고부간의 갈등 등 다양한 인생살이 이야기를 상담해 준다.

최 할머니는 “복지관에서 손자뻘인 공익요원에서부터 아들뻘·며느리뻘 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들은 항상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난 단지 그들의 이야기만 들어준다”며 “조언도 하지 않고 그냥 듣기만 해도 그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고 겸손히 말했다.
이어 “매일 몸이 아픈 날 빼고 이곳에 와서 배식을 하는 게 지금은 큰 기쁨이 됐다”며 “이곳 친구들(노인들)이 맛있게 식사를 하는 것만 봐도 너무 감사해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배식뿐만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최 할머니의 배식 봉사활동을 보면서 같은 동년배인 노인들이 연달아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날 점심 급식을 받은 김모(78)할아버지는 “매번 올 때마다 왕누님이 맛있게 먹으라고 인사말을 전할 때마다 내가 어린데도 부끄러우면서 힘차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부럽다”며 “멋있게 노년의 인생을 보내는 것 같아 아주 부럽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인다.

   
 
최 할머니는 “복지관에서는 어쩌면 친구 같고 비슷한 동년배인 노인분들을 도와주거나 각종 지역 봉사활동을 할 때면 ‘그래도 내가 세상을 좀 더 기쁘게 만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가끔 노인분들이 내 손을 꼬옥 잡으며 고맙다고 말할 때는 가슴이 벅찰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 할머니는 매주 5번의 봉사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친목생활을 통해 건강한 노년을 완성해 가고 있었다. 특히 매주마다 힘든 점심 배식 봉사활동에도 불구하고 노인복지관에서 친구들과 모여 등산과 배드민턴을 즐기며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등산동호회의 한 멤버는 “왕언니는 우리 동호회의 꽃이다”라며 “40~50대 며느리뻘인 동호회 멤버들과도 너무 잘 어울리며 생활한다. 왕언니가 동참하지 않는 동호회는 이제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동호회에서 인기쟁이가 되는 비결을 묻자 최 할머니는 “나이가 많다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며 “나이 차이가 아닌 인생의 선배로서 혹은 동시대의 동지로 대하며 마음의 문을 열면 저절로 그들과 함께 하나가 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비법을 전했다.

이처럼 최 할머니는 즐거운 마음 자체가 활력소라 설명하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사는 것이 봉사의 원천인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 할머니는 “요즘은 세상이 좋아지다 보니 60~70 넘어서 일을 하지 않는 세상은 벌써 옛날 이야기”라며 “단순히 나이 들어서 손주나 봐주거나 자식들 밑반찬이나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나마 내 힘이 필요한 곳을 찾아서 건강도 되찾고 남들을 기쁘게 해 준다는 것 자체에 더 큰 기쁨을 느낀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이어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봉사라는 개념보다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봉사든, 운동이든 다양한 활동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할머니는 “내가 힘이 다하는 날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기분 좋은 일은 없다”며 “내 몸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이 일을 할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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