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삼국시대부터 백제·고구려·신라가 번갈아 가며 점령했을 정도로 군사적 요충지였다. 몽고의 침략이 있었던 고려 고종 19년(1232년)에는 도읍을 강화도로 옮겨 39년을 항전했고, 팔만대장경을 만들어 국난 극복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근대에는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었다.

이렇듯 숱한 침략과 외세로부터 호국의 요새 역할을 담당해 왔던 강화도가 이젠 ‘강화평화전망대’를 품고 평화와 통일의 전초기지가 됐다.
강화도의 수많은 유적과 관광지를 제치고 ‘인천12경’에 선정된 강화평화전망대는 어떤 곳일까.

 # 양사면 제적봉에 위치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읍과 송해면을 지나 양사면 철산리 산 6-1에 도착하면 강화평화전망대가 나타난다.
수많은 역사유적과 관광지를 보유한 강화도답게 자동차로 달리는 40여 분 동안 갑곶돈대, 강화풍물시장, 고려궁지, 강화고인돌공원, 강화역사박물관, 화문석문화관 등을 지날 수 있다.

강화평화전망대는 군사지역에 위치해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자가차량으로 찾을 경우 운전자 한 사람만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통제증을 받으면 입장이 가능하다. 대중교통은 검문을 받지 않으며, 오토바이·자전거·도보로는 방문이 불가능하다.

제적봉에 위치한 강화평화전망대는 원래 군사시설이었던 만큼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차에서 내려서도 50여m의 급경사를 올라야 한다.
거친 숨을 내쉬며 도착한 곳에는 정면으로 전망대가 보이고 왼쪽으로 연성대첩비와 해병대의 LVT(상륙돌격장갑차)가, 오른쪽으로는 이제는 북한 땅이 된 개성과 개풍군이 보인다. 6·25전쟁 이전에는 지금의 개성은 시였으며 경기도에 속해 있었다.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6·25전쟁 이전에는 송악산 이남으로 모두 남한이었다고 한다. 개풍군과 연백군 실향민들은 대부분 당시 인민군을 피해 강화로 건너온 사람들이다. 전망대와 마주 보는 개풍군은 거리가 2.3㎞에 불과해 실향민들의 마음은 더없이 안타깝기만 하다.

   
 
연성대첩비는 임진왜란 당시 황해도 연안성에 침입한 왜적을 소탕하고 승리를 거둔 것을 기념해 세운 승전비로, 원래 강화도 일화리 망향동산에 있었지만 실향민들이 중심이 돼 2009년 8월 19일 이곳에 다시 세운 것이다.

민종혁 연백군민회 사무국장은 “연백군민회 공동 소유였던 강화도 일화리 망향동산이 개인에게 넘어가면서 이곳에 있던 연성대첩비를 강화평화전망대로 옮기게 됐다”며 “연백군민회가 당시 강화군수, 해병2사단장과 협의해 이전·건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실향민의 망향심 읊은 그리운금강산 노래비
전망대 뒤편에는 그리운금강산 노래비와 망배단이 있다.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그리운금강산 노래비가 이곳에 있는 건 노래 ‘그리운 금강산’의 작사가 한상억 씨와 작곡가 최영섭 씨가 모두 강화도 출신이라는 게 이유였다.

비석 앞에 설치된 단추를 누르면 노래 ‘그리운 금강산’이 울려 퍼진다.

망배단에서는 명절마다 맞은편 연안군·배천군·연백군·개풍군 실향민들이 제사를 지낸다. 2008년 전망대가 개관하기 전에는 파주 평화전망대에서 제사를 지내던 이들이 이젠 이곳을 찾는다.

전망대 외부 곳곳에는 망원경이 설치돼 있으며, 이곳에 설치된 망원경은 모두 40개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쌀의 25%가 이곳에서 나온다는 문화해설사의 설명대로 망원경 너머로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고 일하는 북한 주민들이 눈에 띈다. DMZ(비무장지대)에서 바라보는 북한의 건물들처럼 높지는 않지만, 실제로 사람이 사는 건물이어서 대부분의 건물이 깨끗하다. 망원경 이용료는 500원.
부산에서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은 김평호(43)씨는 “부산 바다가 인천 바다보다 좋지만, 이곳처럼 북한의 모습을 볼 수는 없다”며 “오늘은 강화도 일대 유적지를 돌아보고 내일은 관광차 인천국제공항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다양한 콘텐츠 담은 평화통일 전초기지
평화전망대 1층에는 통일염원소가 있다. 이산가족의 한을 달래고 통일을 염원하기 위해 설치된 통일염원소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수천 장의 쪽지가 가운데 놓인 디지털 나무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2층에는 7개의 망원경이 놓인 전망대와 전시관이 있다.
전시관 입구에는 강화군 관광지 위치와 경로가 검색 가능하고, 이를 가상 체험할 수 있는 관광정보시스템이 있다.
전시관은 강화의 전쟁사, 6·25전쟁의 참상, 영상코너, 북한으로의 여행, 통일 그후 등 12가지 주제를 전시하고 있다.

   
 

3층 전망대에서는 문화해설사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여섯 번 해설을 한다. 4층과 지하 1층은 군사시설이기 때문에 일반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강화평화전망대 정민 팀장은 “이곳은 지난해 23만 명이 찾을 정도로 강화도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며 “봄이나 가을에 강화평화전망대를 찾는다면 북한 주민들이 농사짓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화군 자체 예산으로 설치해 전망대 규모는 작지만 잘 가꾸고 있다”며 “철원 등 DMZ에 근접한 다른 전망대는 산악지대만 보이지만, 이곳은 평야지대가 있어 민가와 실제 거주하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고 강화평화전망대를 자랑했다.

강화평화전망대의 설치 목적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이해하고 남북 상호의 동질성을 회복해 평화적 통일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이경녕 인천시 관광진흥과장은 “강화평화전망대는 인천 최북단에 위치한 전망대로서 호국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는 주요 관광시설”이라며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 교육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강화평화전망대는 평화통일의 전초기지로서 그 역할을 다해 주기를 염원하는 인천시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인천 12경(景)’ 중 하나로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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