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레길 진달래 동산에서 시민들이 자연과 벗삼아 산책을 즐기고 있다. 앞에 보이는 도심의 전망을 시원하다.
 부천순환 둘레길에 건강의 열풍이 몰아친다. 시민들은 공해에 찌든 주변을 잠시 물리고 신선한 공기가 공유하는 부천시가 만들어 놓은 ‘둘레길’에 발길을 맡긴다. 몸과 정신을 가다듬기로는 둘레길 산책만한 것도 없다. 먹는 거, 입는 거 다 잊고 ‘걸음 웰빙’에 한껏 빠져든다. 예전에는 하이킹도 하고 뜀박질도 했으나 지금의 걷기만큼 시민들의 호응도에 미치지 못했다. 한 시민은 “걷는 일이 우리 인생사와 매우 밀접한,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극찬을 늘어놓는다.

 # 2010년 말 사업 착수, 10만여 명이 찾아
부천 ‘둘레 걷기’의 추진은 부천시가 지난 2010년 말부터 심혈을 기울여 시작했다. 시민들이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고 정신적 가치를 찾아 보라는 차원의 욕구를 보충하기 위해 시에서 적극 나섰다.
부천시는 도보여행자를 위해 시가 보유하고 있는 산과 공원, 들과 하천을 연계해 테마길을 조성하고 커뮤니티 형성의 장소로 제공키 위해 추진했다. 또 길 따라 걸으며 잊혀진 부천의 역사와 문화 탐방의 길도 함께 열었다. 연장 42.195㎞의 마라톤 코스를 연상케 하며 4개의 테마길을 조성했다. 여기에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의 조합으로 놀이와 재미를 함께 엮어 다른 곳과 차별화된 둘레길을 형성했다.

‘부천 둘레길’은 부천시민들만 찾는 곳이 아니다. 인근 서울(강서·양천·구로), 인천(부평·계양) 등의 시민들도 너나 없이 이곳을 찾아 ‘걷기 웰빙’에 빠져든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둘레길에서 이들은 건강의 교훈을 얻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사귀고 또는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갖는다. 최근 시민들이 추구하는 삶의 패턴을 잘 이해한 장소다. 제주 올레 못지않은 가장 걷기 좋은 길의 선택임을 주저하지 않는다.
21일 부천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10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부천 둘레길 탐방로를 찾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별한 패키지가 있는 관광도 아니고 뛰어난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부천시 구석구석 있던

▲ 둘레길 ‘황금들판 하이킹’에선 시골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길을 연결했다. 탐방로에 화장실 등 편의시설은 부족하지만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는 둘레길을 손으로 꼽는다.

# 코스별로 색다른 맛과 향취
작은 길 ‘물길 따라 걷기’ 코스는 송내남부역~시민의 강~호수공원~영상문화단지~굴포천~봉오대로(인천시계) 7.8㎞이고, ‘재래시장과 삼림욕’ 코스는 소사역~소사시장~여우고개~하우고개~성주중~송내남부역으로 이어지는 부천의 옛 모습 답사를 즐길 수 있는 테마다.
또 ‘황금들판 하이킹’은 12㎞가 조금 넘는 코스로 봉오대로~대장들판~대장처교~오쇠천~선사유적지로 연결되며 시골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선사유적 공원~까치울정수장~부천식물원~베르네천~도당산~원미산~소사역으로 이어지는 ‘향토유적 숲길’은 부천의 산을 망라하는 13.6㎞로 부천 ‘둘레길’의 가장 긴 코스다.
부천 둘레 코스는 7~13㎞의 거리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코스는 도보로 3시간에서 4시간까지 걸리는, 비록 긴 거리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길들로 구성돼 있다. 부천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선사유적공원을 시작으로 이동하는 생태길은 부천시민의 생명수를 공급하는 까치울정수장을 지나 지금도 인근 도시의 학생들이 엄청나게 찾고 있는 세계의 각종 식물의 보고인 부천식물원을 거쳐 도시의 개천 베르네천의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부천의 산소공급소인 원미산·도당산의 밤나무에 뽀얗게 앉은 밤나무꽃을 감상하며 당도하게 된다.
부천 역사의 하나로 자부하는 소사시장을 기점으로 걷는 이야기길 코스는 옛 선조들의 숨길이 아직도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하우고개·여우고개를 따라 돈다.
부천의 발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건강길은 시민의 강, 호수공원을 돌아 문화도시 부천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영상단지가 포함돼 있다. 도시와 농촌의 모습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마을길 탐방로는 대장들판에서 모내기가 끝난 못자리의 커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둘레길 솟대.

둘레길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든다. 각 탐방로마다 여유로움이 묻어 있어 어느 곳을 선택해도 아쉬울 것 없는 곳이 부천 둘레길이다.
부천 둘레길은 부천시내의 중심을 에워싸듯 이어지고 있다. 그리 높지 않은 나지막한 산들을 오르내리며 막 숨가쁘게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이다. ‘둘레’ 걷기를 주관하는 부천시는 이 길을 ‘건강의 길, 자연의 길, 약속의 길, 시민의 길’이라고 표현한다. ‘웰빙 걷기’를 위해 이 길을 만들었다는 시는 시민이 이곳을 많이 찾아 행복한 둘레길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시 산림환경팀 이만우 팀장은 “둘레길을 한 번 걸어 보면 부천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라며 “부천 둘레의 백미는 도시와 자연을 어우르며 즐길 수 있는 일이다”라고 자부심을 표출했다.

#  보호와 관리에 자원봉사 한몫
부천시는 앞으로도 둘레길 개발에 더욱 힘쓸 예정이다. 이미 정해진 코스에 안내표지판을 예쁘게 세워 놓았고 휴게시설을 설치했다. 또 보행 동선을 보완하는 한편 셔틀자전거 운행도 하고 있다.
이 같은 걷기 중심의 녹색길을 만들어 시민들의 여가문화 수요에 부응하게 됐다. 특히 자연경관을 연계한 친환경 생활환경 조성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한편 부천시의 역사와 문화, 생태탐방을 통한 지역사랑 정신을 높이는 데 한몫하게 됐다.

특히 부천 둘레길의 관리를 위해 시는 1사-1탐방로 관리 자원봉사단체를 모집해 시민과 함께하는 둘레길을 운영한다. 이를 희망하는 단체·동호회 등은 봉사활동 계획에 따라 탐방로를 배정받아 둘레길 탐방로에 대해 정비, 환경정화, 자연보전 등의 활동을 한다. 지금까지 부천 순천향병원 등 4개 단체에 7천160명이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는 둘레길이 시민 스스로 참여해 가꿔 가는 참여와 소통의 모델로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성숙한 자원봉사 확산 그리고 기업·단체 등의 사회공헌활동에 자부심을 느낄

▲ 둘레길 솟대.
수 있도록 했다.

“새가 하늘을 날듯,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온전히 걷는 사람들만을 위한 길,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는 긴 길. 올레는 도보여행자를 위한 길입니다.” 제주 올레 소개글에 이런 말이 있듯이 부천 둘레길도 이 같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정겨운 곳이다.
둘레길의 모든 코스에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부천시의 단체·기업 등에서 참여한 ‘산지기’이다. 산지기들은 길을 안내하고 둘레길의 환경도 보호한다. 모두 자원봉사로 일한다.
‘둘레길’을 즐기려면 주의할 점이 있다. 서로의 즐김을 위해 찾은 길이니 산과 길을 더럽히거나 훼손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둘레길은 길을 찾은 사람 모두가 주인이자 손님이다. 편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차분히 둘러봐야 하는 길이기에 더욱 그렇다.

부천시 관계자는 둘레길을 탐방할 때는 편한 운동화나 트레킹화·등산화 등을 준비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특히 둘레길 곳곳에 약수터가 있지만 가급적 식수를 꼭 챙겨야 하며 또 여름철에는 비옷·바람옷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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