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편에 서며 민생 치안에 앞장서고 민중의 지팡이임을 자처한 경찰. 그러나 최근의 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민중의 지팡이인지 의심스럽다. 지난 16일 20대 임모(여)씨가 억울하게 감금돼 있다는 제보를 받았을 때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 더욱이 도망나온 이 여성이 업소로 재차 끌려가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있었다는 말에 많은 고민을 했다. 피해자의 주장은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고 당시 경찰관이라고 했던 사람이 경찰관을 사칭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주장은 진실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고 취재 결과 실제로 문제의 경찰관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네 상식으로 생각해보자. 그 상황에서 이 여성이 업소로 되돌아가면 위협과 협박, 폭행 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상식아닐까. 요즘말로 비유하면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성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업소로 끌려가는 것을 두 눈으로 빤히 쳐다보며 방치했다는 것은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경찰이 약자의 편에 서지 않음을 확인했다. 처음 신고를 접하고 출동했던 모 파출소 직원은 임씨의 남자친구 문모(22)씨에게 `무직인 네가 어떻게 돈을 갚느냐, 넌 사기꾼이다', 임씨에게는 `왜 저런 남자친구를 만났느냐'며 오히려 업주를 두둔하며 이들을 사기범으로 몰았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결국 경찰서로 넘겨진 이들은 `죄질 불량', `업주를 상대로 한 상습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가 돼 버렸다.
 
본보 기사가 모 중앙일간지를 통해 인터넷에 올라갔고 이를 읽은 한 네티즌이 `자신의 딸이었다면 그렇게 했겠느냐'는 글귀가 생각난다. 한편, 인천부평경찰서의 한 간부가 사기건으로 기소중지 중인 여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했음에도 검거하기는 커녕 자신이 투자한 금액과 배당금을 받아낸 것은 경찰관으로서의 직분을 상실한 것이다. 이 간부는 “동향인 데다 동명이인일지 몰라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만약 꺼냈다가 아니면 개인신상정보 뒷조사 등으로 말썽이 빚어지지 않겠느냐”는 등 해명을 했다. 그러나 이 간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민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실추돼 가는 인천경찰상을 누가 곧추세울 것인지 마냥 궁금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