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괜찮아요. 덤덤해하고 있어요.”
 런던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을 불과 1시간여 앞두고 영국 런던의아쿠아틱스 센터에서 만난 SK텔레콤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박)태환이가 물론 오후에 제대로 쉬지 못해 힘든 면이 있겠지만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니 이해하면서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오전에 열린 예선에서 조 1위를 하고도 부정 출발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결과를 받아들었던 박태환은 이후 판정이 번복돼 극적으로 결선에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받은 심리적 충격이나 정상적으로 결선에 올라갔을 때와 달라진 훈련 등으로 볼 때 결선 전망이 밝다고 볼 수는 없었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7시51분에 시작된 결선을 앞두고 나타난 박태환의 표정은 다소 긴장한 듯 보였다.

 한 손에 수건을 들고 헤드폰을 낀 채 등장한 박태환은 곧 출발대를 닦고 한 번 어루만지는 것이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부정 출발과 같은 해프닝이 없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보통 선수라면 출발 반응 속도가 예전보다 느려질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0.67초의 반응 속도로 8명 가운데 가장 빨랐다.

 말 그대로 ‘쾌조의 스타트’를 보인 박태환은 전체 400m 가운데 300m를 줄곧 앞서 헤엄쳤다.

 레이스의 절반인 200m까지 1분50초20을 기록해 쑨양을 0.32초 차로 앞선 박태환은 그러나 이후 쑨양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250m 지점에서 2분18초47을 기록했으나 둘의 격차는 0.03초로 줄었고 300m를 찍었을 때는 2분46초63으로 쑨양을 겨우 0.01초 앞섰을 뿐이었다.

 키 198㎝로 박태환보다 15㎝나 큰 유리한 신체 조건을 앞세운 쑨양은 오전 예선에서 전체 1위를 한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가며 레이스 후반에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했다.

 결국 350m 지점에서 쑨양이 3분13초74를 찍어 박태환을 0.9초 차로 따돌리기 시작했고 이미 경기 흐름이 넘어간 상황에서 다시 쑨양을 앞지르기는 쉽지 않았다.

 마지막 50m 구간에 들어서며 쑨양이 박태환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자 기자실에 모인 중국 기자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승리를 자축했고 박태환은 결국 1.92초 뒤진 2위로 결승점에 도달했다.

 금메달을 확인한 쑨양은 물을 크게 튀기고는 큰 소리로 포효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반면 박태환은 “같은 아시아 선수인 쑨양이 우승해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공동취재구역에서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수영 인생에서 오늘 같은 상황이 하루에 다 일어나다 보니 심적으로 좀 힘들었다”는 박태환 자신의 말처럼 그는 이날 각종 해프닝 속에서도 올림픽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이뤄냈다.

 그의 옛 스승인 노민상 SBS 해설위원은 “(박)태환이는 오기가 대단한 선수”라며 이날 자유형 400m에서 어려운 여건을 딛고 은메달을 목에 건 것이 앞으로 남은 200m와 1,500m에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상식장에 다시 나온 박태환은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벌써 다음 레이스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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