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정(情)을 앞세워 ‘화해의 땅’ 인천을 알릴 것입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폐막식 총감독으로 선임된 ‘거장’ 임권택(76) 감독이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을 관람한 소감을 전했다.

 27일(현지 시간) 비가 오락가락하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 런던 올림픽 개막식을 꼼꼼하게 살펴본 임 감독은 28일 인터뷰에서 “산업혁명을 집중적으로 잘 부각시킨 것 같다”며 “영국이 세계사에서 두드러졌던 면을 관객에게 잘 전달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4년 전 정부의 주도 아래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부었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염두에 두고 행사를 살펴봤다.

 대니 보일 총감독이 베이징 올림픽의 규모를 의식하지 않고 어떤 식으로 특색있게 개막식을 꾸려갈지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산업혁명을 정말 재미있게 그렸다”며 “용광로에 떨어진 쇳물이 오륜기로 연결되는 장면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 시대를 그렇게 상징적으로 잘 그렸다는 점에서 보일의 선택이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영국이 자신들의 뛰어난 문화에 도취해 보편적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임 감독은 “간호사들과 병원 침대가 잔뜩 나온 장면의 경우 영국인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그러한 상징 때문에 불편한 부분도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런던 올림픽 개막식을 참고해 인천아시안게임의 개·폐막식에서는 인천의 역사적 배경과 아시아인의 소통을 녹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도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를 모토로 내 걸고있다.

 “영국은 산업혁명을 통해 세계의 리더임을 강조했지만 인천은 그럴 형편이 아닙니다. 러일전쟁과 인천상륙작전 등을 거치며 인천은 초토화됐습니다. 역사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인천 같은 도시일수록 화해가 필요하죠.”

 임 감독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사실 메달을 많이 따는 경쟁 무대라고 할수 있다”며 “하지만 적어도 개막식과 폐회식에서만큼은 경쟁을 앞세우지 않고  따뜻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싶다”고 복안을 전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활용할 핵심 코드가 ‘정’이다.

 세계 어느 종합 체육대회개막식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정을 잘 담아낸다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인상적인 개막식이 될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다.

 예산 규모는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 투입된 483억 원보다 크게 적은 3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치밀한 기획을 통해 개성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영화 ‘서편제’ ‘천년학’ 등에서 전했던 임 감독의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젊음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할 복안이다.

 한국은 1950~60년 만에 경제와 민주주의를 모두 일궈낸 유일한 나라이며 현재 IT 강국이라는 특징까지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임 감독은 “젊음과 패기를 가진 젊은 감독들과 함께 작업을 해 볼 것”이라며 “첨단 IT 기술을 활용하면 강력하고 드라마틱하면서도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금씩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는 임 감독은 런던올림픽이 끝나면 세부 계획 추진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또 임 감독은 오는 10월 런던에서 주영한국문화원과 영국영화협회(BFI)가 공동기획하는 대형 회고전에 참석한다.

 ‘서편제’, ‘천년학’ 등 주요 작품 15편을 선보일 정도로 상당한 규모의 감독전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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