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제가 맡고 있는 구역이 문학야구장 황토지만 이곳에서 게임하는 선수들이 절대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저의 작은 손길이 선수들에게 큰 경기력으로 미쳤으면 합니다.”
인천문학야구장에서 홈 경기가 열릴 때마다 SK 와이번스 조끼를 입고 황색 그라운드를 누비며 선수들이 경기 중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땅을 다지고 또 다지는 김상훈(50)인천문학야구장 관리실장의 말이다.

 # 황색 그라운드는 나의 몫
김 실장은 현재 문학야구장에서 투수 마운드를 비롯해 홈 플레이트에서 1루를 거쳐 2~3루, 다시 홈 등으로 이어지는 황색 그라운드를 모두 관리한다.

잔디는 인천시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김 실장은 아르바이트생 5명과 함께 SK의 홈 경기 시작 전, 클리닝타임, 경기 종료 후, 경기 중간중간 등에 그라운드에 들어가 선수들이 경기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땅을 고르는 일을 한다.

김 실장의 일이 비록 땅을 고르는 일이지만, 선수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그의 자부심은 어느 직업 못지않을 만큼 대단하다.

김 실장은 “제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우리 SK 선수나 원정 팀 선수들이 경기할 때 땅이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은 것이 첫째 소임이고, 경기 중 선수들이 부상을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임무”라고 자신의 책임을 설명했다.

그는 잔디가 아닌 맨땅을 관리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다져 주고, 한 번 쿠션 있게 긁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관리할 뿐만 아니라 날이 더우면 물을 뿌리고, 비가 많이 올 때는 땅이 훼손되지 않도록 모든 신경이 경기장으로 가 있다.

김 실장은 “맨땅을 관리하다 보니 비가 많이 올 때나 특히 시합 중에 비가 오면 좀 힘들지만, 그 외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며 장마철에 경기장 관리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 야구를 좋아한 것이 야구장 관리로
현재 모 야구동호회 단장을 맡고 있는 김 실장은 야구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야구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던 중 지난 2000년 도원야구장에서 본격적으로 야구장 관리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 태평양 돌핀스의 이규철 운영부장과 인연이 돼 일을 배우기 시작, 당시 3만 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도원야구장부터 문학경기장까지 이어졌다.

김 실장은 “적은 보수로 시작한 일이지만 내 손으로 작업하고,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선수들이 좋아하는 야구장으로 손질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며 뿌듯해했다.

특히 그는 야구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1975년부터 사회인야구를 시작해 그동안 사회인 야구감독을 맡을 정도로 야구 실력이 대단하다.

“문학야구장이 제일 좋다고 할 때가 가장 기뻤다”는 김 실장은 “문학야구장은 기본적인 시설 면에서 좋고, 잔디 상태와 그라운드 상태가 좋아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경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문학야구장을 호평했다.

 # 이제 SK 와이번스 V4를 위해
“나이 들면서도 계속해 온 일이니깐 앞으로 그만둘 때까지 충실하게 일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SK V4를 위해 그라운드 관리를 열심히 하겠다.”
10년 넘게 야구장 관리를 해 온 김 실장이 처음 문학야구장에 왔을 때는 야구장 내에 야구를 하기엔 전혀 동떨어진 흙이 깔려 있었다. 당시 흙이 좋지 않아 내야 타구의 불규칙 바운드, 선수 슬라이딩 때 부상 등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발생했다.

이후 다시 야구장에는 돌을 잘게 갈아 만든 흙이 사용됐지만, 이 또한 지난해 발암물질이 발생해 전체적으로 교체했다. 이렇게 교체된 흙은 견운모, 마사 등을 혼합해 사용한 흙으로 선수들 부상이 적을 뿐만 아니라 관리도 수월해 전국 최고의 야구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 실장은 “처음 문학야구장에 왔을 때 정말 흙이 좋지 않아 난감해 몇 번이고 교체 요청한 끝에 결국 지난해 제가 원하는 흙으로 바뀌었다”며 “더 빨리 좋은 흙으로 교체했으면 나쁜 일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지난 2007년 SK가 한국시리즈 우승했을 때 가장 기뻤다”는 김 실장은 정상호·조동화 등 SK 선수들이 ‘삼촌’이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내는 등 친화력도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만수 SK 감독과도 이미지가 비슷해 서로 농담과 덕담을 주고받는다는 김 실장은 “지난번에 이만수 감독에게서 고생한다고 선글라스 선물까지 받았다”며 기뻐했다.

“이제 기력이 다하는 그날까지 SK는 물론 문학야구장과 같이 하고 싶다”는 그는 “올해도 우리 SK는 승승장구해 꼭 한국시리즈 V4를 달성할 것”이라며 구단과 자신의 일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나타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