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계양구에 위치한 계양산(桂陽山)은 인천지역 육지 가운데 가장 높이 솟아 있는 산(394m)이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진산 또는 안남산이라고 불렸는데, 이는 안남도호부가 자리잡은 산이라는 뜻이다. 이곳이 지금의 계양산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 산에 계수나무와 회양목이 많이 서식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 사진=홍승훈 객원사진기자 cfws0825@kihoilbo.co.kr

현재 인천은 물론 수도권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등산로로 사랑을 받으면서 지난 1988년 인천시 시공원 제1호로 지정된 바 있는 계양산은 그러나 2006년 롯데건설 등에서 총 사업비 1천여억 원을 들여 12홀 규모의 골프장과 문화시설 건설을 추진하며 개발 논란을 빚었다.

이에 계양산 한 평 사기 운동 등 계양산 보전을 위해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활발한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시가 올해 초 골프장 조성이 추진되던 계양산 북쪽 롯데그룹 소유의 부지를 포함한 계양구 다남동·목상동 일대 자연녹지를 공원부지로 용도변경하고 419만8천㎡에 대한 공원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공원 조성이 사실상 확정된 계양산은 앞으로도 많은 인천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인천 12경’ 중 단연 으뜸이라 부를 만하다.

# 추억 속에 반짝이는 반딧불이가 사는 그곳
예로부터 반딧불이는 주변에 하천 등 물가를 끼고 있으면서 밭·논·묘지(초지) 등 인간과 아주 가까운 환경에 사는 곤충이다.

계양산 일대에는 파파리반딧불이·애반딧불이·늦반딧불이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환경 파괴로 인해 반딧불이 서식환경이 악화되면서 예년에 비해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계양구, 계양산 반딧불이 축제 조직위원회는 2008년부터 매년 가을 ‘계양산 반딧불이 축제’를 개최하는 등 계양산 생태환경 보전을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또한 축제기간에는 계양산 일원인 검암동·목상동·다남동 일대에서 사전 예약을 통한 반딧불이 탐사단을 구성, 안내자의 인솔에 따라 가벼운 산행을 하며 반딧불이를 비롯한 계양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시민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을 열어 가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단위로 탐사에 나선 시민들이 초가을 계양산에서 신비한 반딧불이를 찾아 나서면서 계양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또 다른 즐길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 가족과 함께 따라 걷는 계양산 둘레길
2007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수상할 정도로 생태계가 우수한 계양산은 하루 평균 1만 명의 시민들이 찾는 수도권 지역의 대표적인 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천지역에서 추진돼 온 ‘인천 둘레길’ 18개 코스 가운데 가장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계양산 둘레길은 총길이 10.4㎞로 연무정~무당골고개~하느재고개~계양산 정상~징매이고개~계양산 삼림욕장~계양문화회관을 지나는 코스다. 이 코스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가족단위 등산객들이 큰 무리 없이 등산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등산로 주변에 계양산성, 이규보 시비 등의 유적지들이 있어 삼국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천지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계양구는 연무정에서 북사면, 피고개를 잇는 역사체험문화재길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 추진 중인 이 등산로가 정비된다면 계양산 일대 식생 전반에 대한 복원 작업이 이뤄져 산림경관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계양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계양산의 등산로와 식생 정비를 통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계양산을 많은 사람들이 찾게 돼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잊혀진 역사가 잠든 계양산
계양산에 자리한 대표적 문화재 가운데 하나인 계양산성은 삼국시대 때 축조된 것으로 문헌에서 확인되고 있으며, 고구려식 산성의 특징인 테뫼식 산성(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7~8부 능선에 성벽을 두른 산성)으로 표고 203m 위치에 축조됐을 만큼 인천지역의 매우 중요한 국방상 요충지였다.
옛 문헌에 따르면 계양산성은 석성으로 석축이 1천927척이라 하나 현재는 계양산 서남쪽 정자가 있는 아래쪽에만 석축의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또한 계양산은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낸 곳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계양산에는 고려 때 축조된 사찰인 만일사·명월사·봉일사 등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만일사 터만이 확인되고 있으며, 명월사와 봉일사는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강옥엽 박사는 “인천의 시작이 남구 문학산 아래라고 알려져 있지만, 풍수지리학적으로 주산은 인천에서 가장 높은 계양산으로 보고 있다”며 “인천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계양산 보전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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