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문명의 이기가 인간사회를 각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 자체가 크게 변모해 가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문명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던 70년대만 해도 우리사회는 의리와 정이 있었고 부모는 자식을 사랑했으며 자식들은 부모를 존경하며 살아왔다. 물론 당시도 많은 부모와 자식간의 사고가 전연없던 것은 아니지만 요즘 같이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고 자식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일만은 흔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젠 인심도 크게 변하고 이해와 양보가 없는 각박한 사회로 변모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장호원에서 발생한 두가지 예가 이 같은 사회를 대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물론 도덕적, 형사적인 책임문제는 면할 수 없지만 말이다. 모 고등학교에서 노총각 교사가 2학년 여학생을 차에 태워 상체를 더듬는 성추행을 저질렀다.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안 학부모는 교사로부터 합의조로 돈을 받아냈으며 교사는 휴직계를 냈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부터 새로운 시작이 됐다. 문제의 교사가 교단에 서자 학부모에게 시달려 다시 돈을 건네고 사표를 냈다. 양측이 합의한 것으로 판단한 학교측에 의해 사표가 반려되고 교사는 다시 교직생활을 하다 결국은 뻔뻔스런 교사란 닉네임을 감당못해 퇴직에 이르렀다. 넓은 도량으로 자제와 양보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교사가 직장을 잃는 슬픔도, 해당 여학생도 지역에서 주목받는 학생으로 남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교사의 잘못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교사로부터 돈을 챙긴 학부모에 대한 주변사람들의 평판도 썩 좋은 편은 아닌 것 같다. 또 장호원에서 얼마전 모중학 1년생 3명이 비오는 날 초교 6년생을 우산으로 때려 전치 일주일의 상해를 입히자 피해자 부모가 `가해학생들과 교사가 보는 앞에서' 가해자 가족들이 내논 현금 100만원을 받고서야 합의를 했다는 소식도 있다. 굳이 어린 청소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합의금을 챙겨야 하는지 안타깝다. 각박한 사회풍토에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 세태를 그냥 탓할 수 만은 없을 정도로 우리사회는 암울한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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