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무조건 남는 장사다.  우선 저자의 정신세계를 압축시킨 글을 읽는 것은 마치 영양이 압축된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 그리고 나의 정신세계에 충만한 삶의 재료를 보탠 것과 다름없다. 아울러 나의 언어 세계에 사색의 깊이의 재료를 더한 것이 되며, 나아가서는 나의 행동 세계에 행복한 삶의 재료를 합한 것이 된다. 그래서 독서경제학이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한 ‘국민 독서의 해’이다. 하지만 있을 법한 공간에 도서관은 없다. 서재를 꾸리는 사람들도 줄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도 아파트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거실장식을 위한 책장식이 유행한 적도 있다. 서재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잘 나타난다. 서재인지 서점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과시적 욕구가 나타나는 서재도 있다. 
반면 소박해 보이지만 자신만의 공간으로는 손색이 없고, 편안해 보이는 서재, 마나님의 잔소리를 피하거나 조용한 사색을 하거나 깊이 있는 계획을 세울 때 이용하고 싶은 서재, 지인들과 커피 한잔 하면서 인생 얘기를 할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서재, 보통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서재이다.
하지만 요즘은 책 종이 냄새 맡으며 책장 넘기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디지털시대가 서재의 공간을 메모리 속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디지털시대가 도래한 세상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메모리를 빼놓고는 상상을 할 수 없는 큰 흐름이 됐다. 심지어 2015년부터는 초·중·고생의 교과서가 디지털교과서로 대체된다고 한다. 종이 공장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 하긴, 전철이나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손에는 책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DMB를 보거나 만화·인터넷뉴스·게임 등을 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것을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다.
2011년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66.8%로, 스웨덴(87%), 네덜란드(84%), 덴마크(83%), 영국(82%), 독일(81%) EU평균(71%)보다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어른의 연평균 독서량은 10.8권이라고 한다. 단순하게 계산을 해봐도 일 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행히 인천시 부평구가 ‘한 책, 한 도시(One Book, One City) 독서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 국민의 독서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찬사를 보낼 만한 일이다. ‘한 책, 한 도시 독서운동’은 14년 전 미국 시애틀의 도서관에서 시작돼 미국은 물론 영국·호주·캐나다 등으로 널리 확산됐다. 이런 운동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선진국은 자국의 특성에 맞는 독서장려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국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탄생일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책의 날이기도 한 4월 23일에 ‘북 토큰(Book Token)’이란 쿠폰을 아이들에게 선물한다. 일본에서는 아침 짧은 시간 동안 책을 읽는 ‘아침독서운동’이 널리 보급돼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독서는 국가경쟁력 강화의 원천이다. 디지털 만능시대를 맞아 독서의 동력을 높이려면 국민의 보편적 도서 접근권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레저시설 및 집객시설에 소형 도서관을 확충해야 한다. 독서는 경제학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결코 남는 장사를 할 수 없다. 인터넷이 글로벌 정보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라도 그 자체가 창조적인 신소재를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을 기억하며 선선해진 초가을 저녁 책과 친구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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