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쥐가 좋아하는 가을 과일은 아삭아삭하고 찰진 단감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치아를 힘들게 하는 감씨가 많은 게 흠이다. 언젠가 단감 씨앗을 깨물다가 치아에 박혀 치과로 급행한 적이 있었다. 올 겨울에 무슨 장사를 할까 고민하던 콩쥐가 갑자기 무릎을 쳤다. “그래 씨 없는 단감을 개발해 사람들이 맘 편하게 먹도록 하자.” 이 소식을 들은 팥쥐는 어멈을 대동해 콩쥐에게 가서 가족 사랑을 강조하며 비법을 배웠다. 다음 해 팥쥐네가 소유한 모든 밭에서는 씨 없는 찰진 단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그런데 그 해 유난히 여름태풍, 가을장마, 겨울가뭄이 심해 수확을 앞둔 곡식이 전부 물에 잠겼다. 그나마 건진 약간의 곡식들은 겨울가뭄으로 인해 곡물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곡식 농사를 망친 사람들은 시름이 깊어져 씨 없는 단감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이 많은 단감을 어찌한 담. 도대체 누가 무슨 잘못을 해 하나님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누가 시원하게 대답 좀 해주소.” 팥쥐는 진주 같은 단감을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했다.
한편 콩쥐는 수도권 시장에서 귀족들을 겨냥해 또다시 대박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른바 귀족 마케팅 전략이다. 사람들은 ‘생리적 욕구->안전·안정의 욕구->사회적 욕구->자존의 욕구->자아실현의 욕구’로 하위욕구의 충족 후 욕구상승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으로 한 몫 챙긴 셈이다. 
사람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에 대해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참여의 욕구, 위신지위의 욕구, 자여실현의 욕구로 나누었다.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기초로 상품구매의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구매의 욕구에 따라 각기 다른 차원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근원적인 인간의 욕구는 공통된 유형을 갖고 있다는 것이 매슬로우의 주장이며 그는 인간 욕구의 위계화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 존재는 자신들의 욕구충족을 단계적으로 진화해간다. 인간이 점차 높은 단계의 욕구로 진화하는 것은 곧 개인이 자신과 환경에 대한 지배를 증대시켜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것은 곧 한 개인이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것이라고 간주한다. 소비란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과 필요를 충족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활동으로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하는 데 많이 적용되고 있다.

앞에서 콩쥐는 인간의 어떤 욕구에 근거해 마케팅활동을 펼쳐 왔는가? 욕구단계가 낮은 것에는 더 낮은 비용을 지불하고, 욕구단계가 높을수록 가치를 높게 나타내는 것을 고려하면서 마케팅활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고쳐 쓴 동화 속에서도 똑 같은 단감이지만 외부환경 차이가 결과의 큰 차이를 보였다. 태평한 시절에 콩쥐는 씨 없는 단감을 개발해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기후변화 때문에 곡식농사를 망친 시기엔 팥쥐의 아무리 좋은 단감이라도 팔리지 않았다. 반면 콩쥐는 귀족마케팅 전략으로 극복해냈다.  
매슬로우 법칙은 고리타분한 이론인가? 환경오염과 이상기온으로 지구가 손상되면서 매슬로우의 주장도 금이 가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소비자의 지갑이 꽁꽁 닫혔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웰빙과일을 생산만 하면 수요가 자동으로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다른 생산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나아가서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도 구사해 보았다. 그렇게 해서 수요가 생기는 곳이면 어느새 수많은 공급자가 나와 피 튀기는 전쟁이 된다. 매슬로우의 법칙은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괜찮은 상황대응 마케팅이다. 하지만 무조건 레드오션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르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매슬로우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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