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해발 2천744m, 한라산은 1천950m, 지리산은 1천915m.
대한민국의 높이 기준은 바로 인천이다. 수준원점(水準原點)은 기준 해수면으로부터의 높이를 뜻하는데, 그 기준 해수면을 육지로 옮겨놓은 수준원점이 바로 인천시 남구 용현동 인하공업전문대학 캠퍼스에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산의 높이를 나타낼 때 해수면으로부터 계산해 잰 육지나 산의 높이라는 ‘해발’을 사용한다. 백두산의 높이가 해발 2천744m와 2천750m로 각각 나뉘어 알려져 있는데, 이는 남북의 해발고도 수준원점이 달라 약 6m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수준원점이란?
바다로부터의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른 높이를 측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다 수면이 항상 파도 등으로 출렁거려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육지로 옮겨놓고 그것을 기준으로 각종 측지학·물리학 등에 이용하기 위해 지난 1913년부터 1916년까지 청진과 원산·목포·진남포·인천 등 5곳의 검조장에서 4년간 해수면 높이를 측정, 평균치를 얻어 국토의 높이 측정 기준치를 만들었다.

평균 해수면은 가상면으로, 수준 측량에 직접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평균 해수면과 관계된 표교의 기준

   
 
점으로 육지에 영구표석으로 설치, 고저 기준원점이라고도 한다. 이곳이 바로 인천시 남구이며, 수준원점의 해발 고도는 26.6871m다.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GPS를 이용, 즉 지오이드(geoid)를 기준으로 높이를 측정하는데 지오이드는 중력이 미치는 힘이 같은 지점을 연결한 선이다.

지오이드는 바다에서는 평균 해수면을, 대륙에서는 땅 밑에 터널을 뚫었다고 가정하고 평균 해수면으로부터 연장한 선과 교차하는 지점을 0m로 잡는다.

또 해저 수심은 평균 최저 간조면을, 해안선은 평균 최고 만조면을 기준으로 한다.

수준원점은 2006년 4월 14일 등록문화재 제247호로 지정됐으며, 원래는 인천시 중구 항동 1가 2번지에 설치됐지만 1963년 인하공전 뒤편으로 옮겨졌다.

  # 수준원점과 인하공전의 앙상블
수준원점은 해수면 높이를 측정, 육지로 옮겨놓은 것이기 때문에 바닷물의 높이와 같을 수 없어 현재 육지로 옮겨진 수준원점의 바다 평균 높이와는 26.6871m의 차이가 난다.

한반도는 3면이 바다인 만큼 당초에는 인천 외에도 목포·원산·청진·진남포 등에서 평균 해수면 측정이 이뤄졌지만 남한은 인천, 북한은 원산을 수준원점으로 정해 사용하고 있다.

   
 

한때 수준원점이 인하공전 캠퍼스에 마련되자 측량기사들이 고도계를 구입하면 모두 기준점을 맞추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들어 몸살을 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준원점을 관리하고 있는 국립지리원은 수준원점 바로 옆에 별도의 수준원점 4개를 만들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수준원점은 국립지리원 소속이지만 인하공전은 이곳에서 ‘원점마라톤대회’, ‘원점가요제’를 비롯해 각종 축제를 여는 등 대한민국 수준원점이 교내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학교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도 수준원점을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높이 346㎝에 넓이 7.27㎡(2.2평) 구조물이 대한민국 높이 측정의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인천 앞바다의 수면을 기준으로 수준원점을 정해 인하공전 교정에 설치한 것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원산 앞바다의 해수면을, 중국은 톈진(天津) 앞바다의 해수면을 수준원점으로 삼고 고도를 정해 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백두산의 높이가 각각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 같은 이유로 백두산의 높이를 2천749.2m로 표기하고 있다.

인하공전 관계자는 “수준원점은 모든 측량의 기준이 되는 만큼 통일이 되면 남북 간의 합의를 통해 수준원점의 통일도 이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곳곳에는 인천의 수준원점을 기준으로 각 지역의 높이를 측정, 2㎞ 간격으로 표지석을 세운 수준점이 5천여 개 설치돼 있으며 이는 주로 국도, 학교 등 공공시설 주변에 설치돼 있다.

각 수준점에는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으며 국립지리원에서 해당 수준점 설치지역 등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섬의 경우에는 육지와 떨어져 있어 이 수준원점을 사용하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평균 해수면을 측정, 조위관측점을 정해 사용하기도 한다.

인하공전은 매년 수준원점이 교내에 있다는 사실을 기념, ‘원점’이란 이름을 빌려 갖가지 행사를 벌이고 있으며 개교기념일인 4월 24일과 9월 중순 각각 ‘원점마라톤대회’와 ‘원점축제’가 열린다.

이 밖에도 매년 3월 열리는 신입생 설명회와 학교 홍보 출판물에도 ‘수준원점’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의외로 수준원점이 인천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인천시민들이 많다. 이 때문에 인하공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높낮이를 정하는 기준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천시도 충분히 활용, 인천을 알리는 데 사용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하공전 관계자는 “대한민국 수준원점에서부터 전국의 국도변 및 주요 지방의 관공서 등에 정밀수준측량을 실시, 각 지역의 높이값을 산출해 설치된 표석이 바로 수준원점이며, 이는 우리 모두가 보호해야 할 국가 중요시설물”이라며 “단 하나뿐인 시설로, 인천시도 이를 충분히 활용해 인천을 전국에 알리는 홍보요소로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인하공업전문대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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