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웰빙’을 넘어 ‘로하스’시대다. 로하스는 자신만의 건강은 물론 다른 사람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이타적인 라이프스타일이다. 농산품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친환경 농산물인지 혹은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생산된 농산품인지를 꼼꼼히 따지는 이른바 ‘사회적 웰빙’을 추구한다. 이들에게 있어 가격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 자신들의 가치에 맞는 상품이면 조금 비싸더라도 기꺼이 선택한다. 건강을 고려한 농산품, 생태계 보호와 관련있는 제품, 자연과 삶을 조화시키는 상품을 찾는다.
앞으로 농업은 단순히 먹을거리 차원을 넘어 수자원 확보, 대기 정화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가진 산업이며 6T 첨단기술과 결합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여기서 6T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문화산업기술(CT), 환경기술(ET), 우주항공기술(ST)등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맞춤형 농산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로하스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 편리하게’와 ‘더 투명하게’이다. ‘귀차니즘’이 몸에 배어 있는 미래고객들은 더 편리하고 간편하면서도 더 투명한 농산품을 요구할 것이다.

이를 예측이라도 하듯 2012국제농업박람회가 얼마 전 25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비즈니스박람회 모델을 제시하며 큰 수확을 안겼다. 실제로 24개국 420개 기관·기업이 참여해 농산물 구매약정 및 현장판매 1천880억 원, 관람객 115만 명 유치, 박람회 직접수입 26억 원 등을 기록했다. 해외의 경우 개막일 800만 달러 수출상담 약정을 시작으로 총 2천272만 달러 상당을 수출하게 됐다. 해외바이어 45명은 친환경 기능성 소금과 해조류 가공제품에도 관심을 보였다. 국내에선 생태유아공동체 등과 도내 5개 생산업체 대표가 320억 원의 친환경농산물 구매약정을 체결했고 전국 농협 하나로클럽 전점에 납품할 수 있는 농협도매사업단과는 800억 원, 롯데마트·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와 466억 원의 구매약정으로 총 1천586억 원 규모를 고정 납품하게 됐다. 박람회 현장 농자재·농기계·농식품전시판매관에서는 420여 생산업체가 저렴하고 품질 좋은 농특산물을 전시·판매해 35억여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일본은 휴대전화를 사용해 농약살포와 수확 등 농작업의 내용을 기록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신선식품 등의 품목은 24시간 이내에 생산이력을 조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농수성이 2005년부터 3년간 개발, 보급한 ‘유비쿼터스 먹을거리(食)안전·안심시스템’의 일환이다. 생산단계에서는 포장 및 작물, 농작업 등의 정보를 기록한 ‘코드’를 휴대전화로 읽어 언제 어떠한 작업이 진행됐는지를 기록한다. 아울러 농약용기에 붙은 ‘코드’로 농약의 사용방법을 확인하거나 사용방법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일도 가능하다. 유통단계에서는 포장상자 등에 붙인 전자꼬리표를 도매시장의 센서로 읽어 입하·판매 정보를 파악함으로써 전표처리 등의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이를 통해 시장 내 물류비용의 25%를 절감할 예정이다. 소비단계에서는 컴퓨터는 물론 휴대전화로도 생산·유통이력 외에 영양 및 식품 알레르기, 유통기한 등의 정보도 입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쇠고기이력 추적시스템 사업’과 농축산물 생산이력제 확대정책에 일본의 ‘휴대전화 서비스’와 같은 ‘더 편리함’과 ‘더 투명성’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물론 생산이력제를 시행·유지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한국은 6T 강국이다. 이번 기회에 디지털 IT 강국의 자존심을 살려보자. 이것이 우리 농업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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