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대상-박혜미 인일여자고등학교 2학년 10반
고등부 글짓기 대상을 차지한 박혜미(18·인일여고 2년)양은 고교생의 시각에서 바라본 통일의 필요성을 직간접 경험을 살려 글에 녹여낸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 양은 여기서 남북 분단으로 인한 긴장상태 지속과 북한 아이들의 기아에 대한 우려를 비롯해 서구 교육을 받은 김정은 현 북한 원수의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와 잇따른 실망까지 적었다.
박 양은 “국가정보원 공무원이 꿈이라 평소 북의 체제나 기아 등 북한의 현실을 담은 서적을 접해 왔다”며 “그동안 통일에 관해 갖고 있던 생각들을 담담히 적었을 뿐인데 대상을 타게 돼 깜짝 놀랐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솔직히 또래 친구들은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며 “통일염원상을 탄 것을 계기로 주위 친구들과 통일에 관한 생각들을 나눠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함께가는 한반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일제강점기 때 무참히 학살당하고 이름없이 죽어간 수많은 학도병들과 꽃다운 어린 나이에 강제로 위안부로 보내져 차마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처참한 모습으로 살아야 했던 그들의 삶을 한반도는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암흑기를 이겨내고 8·15광복을 이루었지만, 이념이 다른 외세의 세력 다툼으로 인해 남쪽은 자유민주주의, 북쪽은 사회주의로 나뉘면서 동족 간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나의 증조할아버지께서도 6·25사변 때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돌아가셨다.
또 외할아버지께서는 그 당시 지주라는 이유로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혀 며칠을 산속에서 헤매다 간신히 살아 돌아오신 이야기를 외할머니께서 자주 들려주셨다. 그때의 청년들이 지금의 할머니·할아버지가 된 것처럼 벌써 62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는데도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게다가 수차례에 걸친 남북 간의 교류에도 불구하고 서해교전, NLL 침범, 천안함 사건 등 갈수록 북한의 도발로 남한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고 안타까움과 상처만 깊어져 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정일이 사망하고 아들 김정은이 권력을 잡았을 때, 나는 북한과 남한의 통일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위스에서 유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버지 김정일보다는 개방적인 정치를 하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하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아서 실망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상사 두 명을 사살하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온 북한 군인에 대한 뉴스를 접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이 안 되는 북한의 실정을 보고 통일도 좋지만 우선 북한의 주민들이 굶주리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몇 달 전 김진홍 목사님의 자전소설 「황무지가 장미꽃같이」라는 책을 통해 옥수수 한 포대에 얽힌 사연을 읽게 되었다. 열아홉 살인 그 소녀는 얼굴에 부황기가 깊었고, 옷차림은 허름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굶어죽었고, 아버지보다 한발 앞서 죽은 어머니가 마지막 남긴 말은 “아가야, 중국으로 건너가 양식을 구해 동생들을 살려라”였다. 부모를 집 가까이에 묻은 그녀는 처음에는 동생 셋과 함께 방 안에서 마냥 굶고 있다가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자 200리 길을 걸어 두만강을 건너왔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조선족 아저씨를 만나 도움을 받았고, 김진홍 목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얼마든지 도와주겠노라고 말하자 옥수수 한 포대만 달라고 부탁했다. 목사님은 그 소녀가 중국 땅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도 하셨지만 동생들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죽어도 동생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동생들을 생각하는 그 소녀의 마음씨에 지금도 가슴이 찡하다. 참 착한 사람들인데 한 나라의 독재자 때문에 지금도 질병과 굶주림에 고통당하며 죽어가는 북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자유로운 한국 땅에서 따뜻한 가정 안에서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이 살지만 반찬이 없다고 반찬투정하고, 유행을 따라 새 옷을 사 달라고 철없게 굴던 행동을 반성하게 되었다. 김일성은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고 동족 간에 총부리를 겨누고 피를 흘리게 했다. 하지만 모두가 잘사는 나라는커녕, 3대째 세습을 거쳐 지금도 정권을 장악한 무리들만 배를 채우고, 힘 없는 북한 주민들과 어린아이들만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김정은 지도자는 자신의 국민들을 따뜻하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또 현실을 똑바로 주시하여 무력으로 해결하려 들지 말고 남한과 손잡고 협력하여 북한의 경제와 민심을 바로잡아야 할 때이다. 한 나라 두 정부체제인 반쪽 통일이 되더라도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노동력이 하나가 되어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쪽 주민들에게 좋은 땅을 일구는 농사법을 알려 주고, 민간단체 간의 교류를 통하여 조건 없는 구호물자가 전해졌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통일을 꿈꿔 보았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꿈꾸는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남북 분단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기출되는 국가방위비와 그로 인한 외교활동비가 줄어들 것이다. 또한, 이산가족들의 평생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고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이익이 생길 것이다. 무엇보다도 동북아의 평화 증진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이처럼 통일은 21세기 한반도의 번영과 발전, 삶의 질 향상, 사회·경제적으로 커다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통일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통일과정에서 예상되는 경제적 부담과 사회 혼란 등을 우려하면서 통일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적 부담은 통일이 되는 순간 분단비용이 지출되지 않아도 되고 또한 통일로 나타난 여러 가지 자연적 이로운 점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진실한 마음으로 통일이라는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통일은 남과 북이 서로 화해하고 돕고, 나누며 교류하고 협력하는 자세로 온 국민이 통일 한반도에 대한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하며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김일성 정권에 세뇌당한 불쌍한 북한 주민들에게 메마른 땅에 비가 오듯, 그들의 삶터에도 촉촉한 봄비가 내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 생명의 씨앗이 자라 꽃이 피고 열매가 맺기를 소망하며,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처럼 전세계를 향하여 함께 달릴 수 있는 한반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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