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NHK에서 제작한 ‘비밀의 숲, 사토야마’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마을 뒷동산에 역동성과 스토리를 부여하면서 세심하게 촬영된 자연의 독특한 생명력이 보는 이를 압도했다. 무엇보다 자연을 소모시키지 않는 방식으로도 충분한 먹을거리를 얻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받은 만큼 자연에게 돌려주는 시가현 주민의 배려어린 손길이 큰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사람과 자연이 상생하는 마을 ‘사토야마’

마을 뒷산 혹은 고향을 의미하는 일본의 ‘사토야마(里山)’는 사람과 자연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상생하는 마을이다. 하쿠바 산맥의 아오니마을, 기타카미 고지의 목초지, 도요오카의 황새 보금자리, 가미 마을의 오봉명절 풍경, 도나미 평야의 방풍림, 초카이 산의 너도밤나무 숲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지혜가 재삼 새롭게 느껴진다.

사토야마 숲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굉장히 많다. 사람들은 사토야마 숲의 나무들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15년마다 나무를 베어내고, 대신에 사토야마 숲은 인간들에게 벌꿀과 버섯 등을 제공해준다. 수세기 전부터 이어져온 인간과 자연의 공생에 대한 역사의 모델이다.

반면에 요즘 찾기 힘든 특정 공간을 통해 생태운동을 낭만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사토야마의 풍경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고 삶의 지혜였다.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풍경은 의미있는 공간이다. 환경파괴가 거의 없던 옛날로 회귀하면 모든 환경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향수병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물론 있다. 그러나 자연을 둘러싼 오늘날의 환경문제는 있는 것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지혜, 이것이 사토야마가 줄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강력한 메시지이다.

일본 내에서 사토야마는 천연 자연환경의 예를 표상한다. 사토야마는 주로 지역 전통 및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면서, 농업이나 산림업과 같은 인간 활동을 통해 생태계로부터 풍부한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지역사회이다.
아울러 알프스의 소 방목을 연상케 하는 광경들이 사토야마 마을 뒷산에서 벌어지고 있다. 초여름에 풀이 우거지면 숲속에 소들을 풀어놓았다가 늦가을에 풀이 다하면 숲과 이별을 한다. 숲속에 축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소들은 뒷산 아무데서나 먹고 자고 뛰어논다. 이렇게 소를 방목하고 키우는 게 참 보기도 좋고 눈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분명 소들한테도 그곳이 천국일 것이다. 게다가 숲속의 환경도 질서가 잡힌다.
우리나라도 한국의 마을숲을 소개하는 리플릿을 제작해 다른 나라에 알리고 있다. 한국의 마을숲이 마을을 보호하고, 자손만대가 살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백두대간과 연계,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흐르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체계인 한국의 마을이 지형적 결함 보완을 위해 숲을 조성하고 있다.  전남 영광 법성포 ‘숲정이’는 주민들이 뒷산을 ‘누워 있는 소’로 인식, 숲 보전을 위해 주민들이 해마다 단오제를 열고 있다.

             다양한 생태계를 후대에 넘겨줄 우리의 책임   

긴 역사 동안 인류는 자연 순환에 따른 혜택을 마음껏 누려 왔다. 음식·의복 그리고 주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자연과 생물에 의존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인류는 자연으로부터 폭넓은 지식을 얻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유지해오는 동안 예술과 기술을 발전시켰다.

우리는 풍부하고 다양한 생태계를 후대에 전수하기 위한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있다. 이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지역사회 창조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과 접근방안이 필요한 때이다. 특정 기후 및 지역에 따른 자연환경 별로 적절한 생물학적 자원의 지속가능한 활용을 증진시켜 궁극적으로는 생물다양성 협약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인류는 미래에도 자연으로부터 제공받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