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안성3동봉사회 유효근(45·사진)사회복지위원장은 15년 전 지인의 권유로 한 봉사단체에 가입했다. 그러다 이 단체 총무가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사퇴하면서 총무직을 대신 맡게 됐다. 봉사를 이어가면서 주위에 관심과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필연이었다.
여러 봉사단체에 서둘러 가입했다. 몸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봉사는 다 참여했다. 유일하게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것이 시간이라지만, 하루가 짧았다. 시간은 유 위원장에게 작은 봉사와 나눔이 큰 행복이 돼 돌아온다는 사실을 가르쳐줬다. 시간이 선물한 소중한 가르침을 실천하는 과정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유 위원장의 봉사에는 노인을 우선하는 자신만의 철학이 묻어 있다. 여성 우선이 아닌, 노인 우선이다. 오늘날 우리가 잘살게 된 게 다 이들 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가 경제 발전의 주역들을 잘 모셔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노인을 돕는 일이라면 열 일을 제쳐두고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다. 때로는 단체에 섞여서, 때로는 사비를 털어 남모르는 봉사를 한다. 그러나 늘 마음이 무겁다.
대들보가 무너져 집 천장에 큰 구멍이 생겼다. 여름철 내리는 비를 피해 쪽잠을 자야 한다. 먹다 남은 음식에는 곰팡이가 잔뜩 피었다. 겨울철 이불 속을 파고드는 칼바람과 방바닥 냉기는 칼날보다 더 아리다. 너무 추워 입김도 얼어 버린다. 끼니 거르기는 다반사다. 기거할 곳이 없어 농촌 폐가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비참한 현실이란다. 이런 노인들이 의외로 많단다. 자식들과는 수십 년째 연락도 않고 산단다. 유 위원장의 마음이 늘 무거운 이유다.
그는 마음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그동안 무던히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야 몇날 밤을 새워서라도 할 일이다. 그러나 집을 고쳐주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단체의 지원도 받아보고 협력기관에 손을 벌려 보고 지인들에게 부탁도 해 봤지만 노인들을 돕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유 위원장의 양손이 오늘도 무겁다. 밑반찬과 식재료가 가득 담긴 종이가방과 비닐봉지가 열 손가락 마디에 가득 걸렸다. 한 쪽 어깨에는 20㎏들이 쌀포대를 얹었다. 힘에 부쳤는지 낑낑대며 애를 쓴다. 서둘러 도착한 곳은 변두리 한 집. 작년 가을 폐가를 손봐 사용하는 집이다. 짐을 받아 든 것은 고령의 노인. 깊은 얼굴 주름이 눈물길이 됐다. 끼니 걱정을 던 것에 대한 안도감과 고마움의 눈물이다.
“아빠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과 전폭적인 지지를 가족에게 얻은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유 의원장. 그는 새해 첫 번째로 고쳐 줄 노인의 집을 설계하느라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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