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환 미래변화예측연구소 소장/인천대 겸임교수
 괴짜물리학자와 함께 미래 엿보기라는 대항해를 떠나기 위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이는 미래학에 대한 왜곡된 오해를 풀고 미래학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미래예측이라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예언’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국어사전을 보면 ‘예언’이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거나 짐작하여 말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미래예측은 ‘예언’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예언’에 담겨져 있는 의미는 앞으로 일어날 구체적이고 명확한 단일의 사건을 짐작하는 것인 반면, 미래학에서 말하는 미래‘예측’은 다양성을 가진 복수의 미래 이미지를 아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단지 복수의 미래들의 이미지를 짐작할 뿐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능력은 미래를 아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양한 미래들을 엿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유한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난 40년 동안 미래학을 가르친 짐 데이토 교수는 미래는 예측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선호하는 미래들을 상상하고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며, 특히 인류는 다음세대들에 대해 양심의 거리낌이 없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예측은 단선적 세계가 아닌 다양성을 지닌 세계에 대한 미래의 이미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 엿보기를 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가지의 새로운 미래들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탐색할 수 있어야 하며, 창의적 사고를 갖고 복잡성을 가진 시스템적 세계를 관통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 미래학자는 점쟁이가 아니라 다음세대를 위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행동가이며, 창발적 이슈라 할 수 있는 사회에 유용한 황당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그의 실현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인 중 한 분이 약 3년 전 송도의 아파트 구입 문제로 문의한 적이 있었다. 송도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물량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 업자들이 구입할 적기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주위의 친구들이 같이 투자하자고 권해 3채 정도를 구입하려고 할 시점에 내가 한 말이 불현듯 생각났다고 했다. “2008년은 부동산의 투자, 특히 아파트 투자의 최고점이었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유사하게 이제는 부동산 버블로 인해 투자목적의 아파트 구입은 크게 손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지인은 나의 상담 후 한 채만 구입했고, 만약 손해가 나더라도 투자의 목적보다는 거주의 목적에 주안점을 두었기에 손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후 지인은 나를 은인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투자의 목적으로 여러 채를 구입했던 지인의 친구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되었고, 지인은 현재 그 당시 구입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는 단지 트렌드 분석이나 부동산 경기 분석이지 미래예측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종 미래학자들에게 주가의 동향이나 부동산 투자 시기 및 투자 좋은 사업에 대해 묻곤 한다. 그러나, 미래학자는 이에 대한 구체적 답변을 회피한다. 미래예측을 통해 돈벌이를 하는 것은 점쟁이와 같기 때문이다. 미래연구의 중요한 임무는 실현가능한 복수의 미래들을 상상하고, 탐험하고, 조사하고, 구성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나 조직들이 그들이 원하는 미래들을 성취하기 위한 비전, 구상능력, 구체적 실행을 갖추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인천은 송도-청라-영종을 잇는 국제도시의 거함을 띄웠다. 현재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폭풍우 가운데 있으며, 좌초의 위험으로 인해 모든 선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선원들은 현재의 고통에 좌절하지 말고, 나침반을 다시 잡고 한뜻으로 폭풍우를 이겨내야 한다. 독수리의 높은 시야와 마라토너의 긴 호흡이 필요할 때이다. 다음세대에게 물려줄 자랑스런 인천의 미래를 꿈꾸며, 환경에 지배받는 미래가 아닌,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미래예측의 기본소양을 갖추고, 인천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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