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해수욕장이 피서객들로 가득찼다는 TV뉴스가 나올 때마다 스위치를 끄고 싶었습니다.” 지난 9일 볼런티어 안산과 본사가 주최한 `2003 어울림 환경캠프'에 참석한 이모(14)양이 힘없이 내뱉은 말이다.

이양은 몇년전 부모가 이혼을 한 뒤 현재 남동생(12)과 함께 원곡동의 단칸방에서 할머니(76)와 살고 있다. 한달 40여만원의 생계 보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이양이 여름철에 해수욕장 등으로 피서를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이양의 형편은 좀 나은 편이다. 이번에 참석한 어린이중에는 소년소녀가장이 여러명 포함돼 있었다. 박모(13)군은 3년전 부모가 이혼한 뒤부터 어린 나이에 어려운 세상을 혼자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부모가 자신과 어린 여동생(9)을 버려 두고 어디론가 떠나버린 것이다. 졸지에 소년가장이 돼버린 박군은 지금 힘겨운 세상살이와 어려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어렵게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 있어 여름방학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00해수욕장을 갔다왔다고 자랑을 늘어놓고, 어느 콘도에서 물놀이를 했다고 주섬주섬 말하는 친구를 보면, 이들은 멍하니 듣고 있어야만 하는 처지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런티어 안산과 본사가 이번에 주최한 환경캠프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욱이 인기 절정에 있는 개그우먼 김다래양이 과자와 음료수를 손수 들고 캠프장까지 찾아와 준 것은 캠프 참가자들의 용기를 북돋우는 데 큰 힘이 됐다.

“내년에도 이 같은 캠프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소년가장 박군의 작은 소망의 목소리가 캠프장 외곽을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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