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즉,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생명의 특성은 스스로 자기 자신과 자기 종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것을 개체유지기능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에너지를 받아들여 이용하는 것(물질대사), 단순한 세포가 복잡하게 발전하는 것, 자라나는 것(생장),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 몸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항상성) 등을 말한다. 그리고 자기 종족을 유지하는 기능에는 생식·유전·적응·진화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생명의 여러 가지 기능 중 물질대사는 농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 인간의 물질대사는 농업을 통해 생산한 식량을 생산할 수 없다면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물질대사를 할 수 없게 되어 자기 자신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식량은 인간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물질이므로 식량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 중의 하나이고,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은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산업임에 틀림없다.

 인류가 농업이라는 안정적인 식량조달방법을 터득한 것은 불과 1만년 전이다. 농업의 발생 이래 인류는 농업을 발전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여 왔지만, 안정적으로 풍부한 식량을 얻게 된 것은 불과 100년 전의 일이다. 과거 100년 동안 인류는 농업생산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일부 선진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식량 걱정이 없는 ‘풍요한 사회’를 이룩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세계 역사는 세계화·자유무역·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가진 자의 끝없는 탐욕을 채우는 데 몰입했던 기간이었다. 가까운 미래에 세계적인 지각 변동을 일으킬 키워드는 식량이며, 식량전쟁은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왔고 현재 진행 중이다.

지구상에는 전 인류가 충분히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매일 2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해 10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2년 지구촌에서 만성적으로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는 전체의 12.5% 가량인 약 8억7천만 명에 이른다. 인류 8명 가운데 1명이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식량은 충분한데 왜 기아가 생길까? 그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이다. 즉, 식량이 적절한 곳에 적당량 가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39개국이 외부의 식량 원조를 필요로 하며, 그들 대부분이 가뭄과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남동부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의도적으로 적장의 식량 보급을 끊어 승리하려는 곳도 있고 지독한 독재정치 하에서 사람들을 통치하기 위해 기아를 이용하기도 하며, 심각한 빈부격차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앞으로 식량이 무기가 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적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식량과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업 문제는 미래에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빌 게이츠도 ‘앞으로는 농업혁명’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식량 같은 구체적인 재화에 대한 욕구는 유한하나 화폐와 같은 추상적인 재화에 대한 욕구는 무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추상적인 것에 대한 욕구는 이미 삶을 위한 것, 경제적인 것을 넘어서는 것이며, 일종의 권력에의 욕구로서 사회적·문화적·정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생각해본다면 농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물학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 즉 식량을 생산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인간의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들도 생산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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