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 반짝 행정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것’만은 채우자

신고졸 성공시대 정착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이 관심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소기업에 취업한 고졸 학력자들은 여전히 ‘학력차별’이란 벽 앞에 한숨짓고 있다.

2년 전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에 있는 중소기업에 취직한 김민수(22)씨는 고졸 출신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하고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 씨는 회사에 입사한 지 1년 되던 날 연봉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대학 졸업자에 한참 못미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련에 맞닥뜨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군대에 갈 경우 휴직 처리하기로 약속한 업체 대표는 언제 그랬냐며 말을 바꿨고,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철야근무를 해야 하는 통에 지난달 인생 첫 직장을 포기해야 했다.

김 씨는 “능력만 있다면 고졸 취업자라도 인정해 준다던 약속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며 “차별을 못견뎌 결국 중국집 배달일을 하면서 야간대학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공공기관 인턴으로 채용돼 1년을 근무한 민채원(21)씨 역시 이달 초 인턴기간 종료와 함께 오갈 곳 없는 처지가 됐다.

2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사무직에 당당히 합격했지만 그에게 주어진 일이라곤 커피 심부름과 복사가 전부였다.

가끔 프로젝트팀에 가담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맡겨진 일이라곤 정규직원을 보조하는 게 유일했다.

그것도 1년 인턴기간이 끝나자마자 재임용에 탈락해 짐을 싸야 했다.

민 씨는 “신고졸 성공시대라며 떠들썩하지만 실제 현장은 너무나 냉혹하다”며 “좋은 곳에 취업하는 것보다 취업한 고졸 학력자들이 차별에 상처받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고졸 성공시대를 바라보는 일선 현장의 고민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어디에 취업을 하느냐보다 어떤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에 최근 특성화고 안팎에서는 고졸 학력자가 취업 후 업무 적응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취업 후 학력 편견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학력차별 관리 감독체계 정비 ▶출신학교 및 중소기업 사후관리(취업 후 3년) ▶군 입대 휴직 시 복직 보장 ▶재직자 대학입학 특별전형 확대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구 인천정보산업고 교감은 “인천 송도에 위치한 ㈜대화연료펌프의 경우 4년제 대학생과 비교해 차별을 받지 않도록 CEO가 직접 고졸취업자를 관리하고 있다”며 “모범을 이어가기 위해 졸업 후 3년간 취업 학생을 사후관리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교운 인천시교육청 정보직업교육과 장학사는 “3년을 일하면 시험 없이 대학에 입학하는 재직자 특별전형과 산학연계 맞춤형인력 양성사업 등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신고졸 성공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보다 현실적인 지원에 온 힘을 쏟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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