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한

참으로 기묘한 대선평가다. 오늘이 3월 18일이니 벌써 2012년 12월 19일 대선이 끝난 지 3개월이 꽉 차가는데 민주당의 대선평가는 목하 진행 중이고 점입가경이다.

2007년 대선이 끝난 다음에는 패자의 대선평가보고서도 없었다고 하니 이번에는 민주당이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나. 하지만 한상진 전 교수가 이끄는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의 행보를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위태롭다.

먼저 한상진 전 교수의 대선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이 가관이다.

3월 5일 한 일간지의 발표에 따르면 대선 패배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광역의원·보좌진·당직자 등 592명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한상진 전 교수는 비대위에서 “절대다수는 민주당이 잘못해서 졌다고 응답했다.

1천470만 표의 성격에 대해서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해서 모인 표라고 하는 응답은 소수였다”고 답했단다.

응답자의 24.2%가 문 후보의 표라고 응답한 반면 62.3%는 박 후보의 당선을 막으려는 표와 안철수의 지지호소에 따른 표라는 것이다.

어떻게 대선 패배의 원인을 자기 당 사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해 규명하려고 생각했는지 그 발상 자체가 웃길 따름이다.

대선은 자기 당 사람만 투표하는 게 아니라 4천만 유권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4천만 유권자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선거 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를 통계적으로, 과학적으로 잘 분석하는 것이 과제이다.

내가 알기로 민주당이 대선 뒤에 대의원과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각각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연히 대의원과 일반 유권자가 대선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

예컨대 대의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하는 것에 따르면 친노가 대선패배의 책임이라는 대답(85.6%)이 가장 많지만 유권자의 시각에서는 문 후보의 책임이라는 대답(12.8%)이 가장 적다.

그리고 한상진 전 교수의 대선평가위가 수집한 592명의 응답자 외에 대답을 안 한 설문 대상자가 그만큼 더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이런 식의 설문조사를 좋지 않게 보기 때문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으로 설문조사의 대표성이나 정통성이 낮은데 한상진 전 교수는 이 설문조사를 금과옥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한상진 전 교수가 민주당의 대선평가를 맡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상진 전 교수는 자기가 밝혔듯이 제18대 대선에서는 민주당 대신 안철수 전 후보를 도왔다.

그런데 안철수 전 후보가 선거 당일 미국으로 달랑 떠난 뒤에 안철수 전 후보 측의 대선평가 작업은 하지도 않았다.

자기성찰도 없는 상태에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대선평가위를 맡아달라는 청에 덜컥 응했다.

정치도의상 맞지도 않은 일을 하는 것이라면 응당 낮은 자세로 조용히 공정하게 맡은 대선평가를 해도 될까말까한 것이다.

그런데 한상진 전 교수는 시시때때로 무슨무슨 신문과 언론에 등장해 안철수 전 후보는 치켜세우고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사사건건 깎아내린다.

이쯤 되면 무슨 의도가 있어 대선평가위원장 자리를 맡은 것은 아닌지 국민들이 의심할 수 있게 된다.

어찌 된 것인지 3월 초에 나온다던 한상진 전 교수의 야심찬 대선평가위 제1차 보고서가 나왔다는 보도가 없다.

그 사이에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의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한상진 전 교수건 누구건 안철수 전 후보 측의 엄정한 대선평가 한마디 말도 없이! 난세이기 때문에 새 정치를 한다는 말에 국민들의 환영을 받지만 이러한 접근법이라면 새 정치를 팔아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대통령병 환자는 아닌가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그것도 노회찬 전 의원이 삼성과 맞서서 싸우다 자리를 잃은 선거구에, 대통령후보를 지냈던 사람이 국회의원하겠다고 나타나 머리를 조아리고 굽신거린다면. 한상진 전 교수가 안철수 전 후보의 최근 행보에 대해 한마디라도 평가를 한 뒤라면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으로서 그나마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필자소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원장

▶전 국회의장 직속 국회운영제도개선위원회 위원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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