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타임(killing time)은 불합리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죽이는 것을 말한다. 반면, 힐링 타임(healing time)은 그와 반대다. ‘○○치료’가 그것이다. 음악치료·미술치료·독서치료·춤치료·흙치료 등…. 일시적으로 불다 말 바람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 음악치료와 관련된 학과가 생기면서 치료 바람은 더 거세졌다.

이런 흐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로 ‘힐링’이다. 지난해 화제의 키워드 ‘멘붕’를 딛고 일어서기 위함인가.

 TV에선 ‘힐링 캠프’가 새로운 예능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가요계에선 ‘힐링이 필요해’ 등 따뜻한 음악이 사랑받았다. 베스트셀러 1위도 힐링해주는 책,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었다. ‘풀려라 5천만, 풀려라 피로’ 등 광고 카피도 힐링 열풍을 확인시켰다.

복잡한 세상 속에 사는 사람들이 삶에 대한 갈피를 못 잡고,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힘든 자기의 몸과 마음을 위로 받고 싶어 이곳저곳에서 ‘힐링’을 외친다. 이렇게 힐링이 뜨는 건 정신적으로 치료받고 싶은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행복지수가 바닥권인 요즘 정치권도 행복을 말하고 사업장들도 행복을 말한다. 하지만 행복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봉급쟁이는 사장 눈치보고, 취업준비생은 엄마 눈치를 본다. 남편은 아내 눈치 보고, 아내는 옆집 눈치 본다.

힐링 캠프라는 프로만 봐도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함으로써 기분전환이 일어난다. 몇 시간의 대화만으로도 힐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몸이 변화되고 감정이 치유되는 것이 바로 힐링이다. 일본은 경제 침제기에 접어든 1990년대 후반부터 힐링(릴렉세이션:Relaxation)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해 현재 인구 5명 중 1명꼴로 힐링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시장이 성숙했다.

자살률 1위, 저출산율 1위, 청소년 행복지수 4년 연속 꼴찌라는 우울한 대한민국에 힐링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농촌이다.

도시민의 피곤한 일상을 치유하는 농촌관광이나 미식 여행, 캠핑 등 농촌과 농업을 대상으로 한 힐링사업이 농업부분의 블루칩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예로 힐링 팜(healing Farm)을 들 수 있다.

올해 광주광역시에서 첫 선을 보이는 힐링 팜은 기존의 쾌적한 농촌환경과 함께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웰빙을 토대로 삶에 지치고 힘든 마음과 육체적 고통을 치유하자는 운동이다.

힐링 팜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체험형 계약재배 농장 운영이다. 토지를 분양받은 도시민이 계절별 농사체험을 하고 농업인은 농작물을 관리해 수확 농산물을 도시민에게 배송해 주는 새로운 형태의 주말농장이다. 둘째는 향토·발효 음식마을 육성이다.

가족단위 지역 제철 향토음식을 맛보고 구입하는 맛 기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 향토·발효음식 마을 체험방문을 통한 우리 농산물 직거래를 하는 사업이다.

‘피로사회’는 한국의 자본주의 속도가 너무 빨라 생기는 문제다. 그래서 사람들의 피로감이 크다. 사회를 치료해야 하는데 그것은 시간이 많이 걸려 개인 스스로 나서야 한다. 달콤한 힐링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잘못된 시간에 대한 킬링(killing)이 필요한 때이다.

  ‘킬링’과 ‘힐링’이 교차되는 순간, 생각이 농촌으로 달려간다. 「꿈에 본 내 고향」·「고향열차」·「고향이 좋아」·「고향아줌마」·「타향살이」·「고향무정」 등 고향을 소재로 한 그리운 대중가요들이 갑자기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낯설고 서러운 땅이 되어가는 내 농촌에 주말만이라도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게 하자. 밤이면 막걸리에 취해 동구 밖에서 고성방가를 해댄들 내 고향 농촌의 적막함보다 낫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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