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환 미래변화예측연구소 소장/인천대 겸임교수

2006년 11월 13일, 13억의 중국인들에게 충격을 준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중국 국영방송인 CCTV가 3년에 걸쳐 준비한 프로그램은 ‘대국은 어떻게 일어섰는가’라는 의미의 「대국굴기」(大國 山+屈 起)로서, 15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대국’이라 일컬음을 받는 9개국의 발흥과 패망의 역사를 다루었다.

15~16세기 해양시대를 연 포르투갈과 스페인, 17세기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된 네덜란드, 현대화 노력을 통해 세계 최초 공업화 대국을 이룬 영국, 혁명을 통해 현대 민주사회의 기반의 발원지가 된 프랑스와 19세기 유럽제국을 이룬 독일, 아시아의 섬나라로서 아시아 최강인 된 일본, 1917년 10월 혁명 후 탄생된 소련과 그 이후의 러시아, 독립선언 이후 100여 년 만에 세계 최강이 되어 현재까지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미국. 500여 년 동안의 세계 패권을 가졌던 9개국의 흥망성쇠를 살펴볼 때, 과연 21세기를 지배할 패권국은 어느 나라일까?  

2003년 출간된 「동북아중심국가로 가는 길」을 살펴보면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츠는 “21세기 메가트렌트의 하나는 아시아 시대의 도래이며,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 서양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특히 세계 변화의 중심으로 중국이 급부상할 것이라 예측했다.

세계 경제 1위 대국인 미국의 GDP는 2011년 15조648억 달러에서 2012년 15조6천96억 달러이고, 2위 중국의 GDP는 2011년 6조9천884억 달러에서 2012년 7조9천917억 달러로 증가하고, 3위 일본의 GDP는 2011년 5조8천553억 달러에서 2012년 5조9천809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시아 중심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GDP 합계가 약 14조 달러로 미국의 GDP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과 미국(3.6%)과 일본(2.1%)의 GDP 증가세가 주춤한 반면, 중국(14.3%)의 GDP 증가세는 가파르다는 것이다.       

2007년 발생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글로벌 경제 위기를 전 세계로 강타하면서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상을 급추락시켰다.

2009년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3천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해 국채를 매입하는 부양책을 공표했다.

이런 양적 완화 정책은 달러가 전 세계적으로 대폭 평가절하의 위험에 직면하게 만들면서 세계 화폐로서의 영향력이 약화되게 했다.

그러나, 달러의 경쟁 화폐인 유로·파운드·엔을 사용하는 국가들의 경제 상황도 취약하기 때문에 달러는 그 영향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에 제동을 건 사건이 발생했다. 2009년 3월 중국인민은행 저유사오촨 총재는 케인즈 이론과 유사한 주장인 달러를 대신할 초주권 화폐가 필요하다는 글을 잇달아 발표했다.

미국정부는 당연히 강력하게 반대했으나 유럽연합(EU), 브릭스(BRICs), IMF 등은 찬성했다.

미래의 세계 경제 판세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며, 미래에는 달러와 같은 단일 기축통화의 운용이 아니라 각 지역마다 지역통화가 활성화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유로가 안정적으로 활용되고 아시아에서 단일 통화가 시행되면 달러의 점유공간을 줄이면서 세계 경제에 끼치는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아시아 단일통화의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 것인가?

일본의 엔, 중국의 위안, 아니면 제3의 새로운 화폐일까?

중국 내의 정치적 불안정, 금융시장의 미성숙, 완전 자본 개방 미실시, 빈부격차의 심화, 동부 편중 인구 분포, 경제성장 불확실, 고령화 급속화 등의 이유로 중국의 위안이 국제화되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학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위안의 평가절상, 대 중국 무역 역조, 거액의 외화 자산 보유, 계속적인 경제성장, 시진핑 정부의 대외개방정책 기조, 4천800만여 명의 화교, 황하문명을 일으킨 장구한 문화, 세계 1위의 인구 등의 특성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대국으로서의 면모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평화적인 민족통일을 위해서도, 동북아시대의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도, 한국은 중국과 강력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가져야 한다.

구시대적이고 과거퇴행적 사고를 버리고,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새로운 친중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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