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니게라는 아카시아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개미가 내부에 들어가 사는 특별한 조건을 통해서만 살아가는 소관목이다. 이 나무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개미의 보살핌과 보호가 필요하다.

또 이 나무는 개미를 유인하려고 수년에 걸쳐 진짜 개미집으로 바꾸어 간다. 모든 가지는 속이 비어 있고, 그 비어 있는 나무 속에 오직 개미의 주거편리를 위한 거실과 룸이 갖추어져 있다.

그뿐이 아니다. 룸에는 일개미와 병정개미에게 먹잇감으로 만점인 하얀 진딧물이 서식한다. 그러니까 이 나무는 자신의 몸 전부를 개미를 위한 주택과 숙식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 대신 개미는 코르니게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의무를 다한다.

개미는 가지각색의 애벌레와 외부에서 침입하는 진딧물·민달팽이·거미, 그리고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나무좀 등을 퇴치해 준다.

또 나무에 기생하려는 덩굴식물을 아침마다 위턱으로 잘라내기도 하고, 마른 잎을 자르고, 이끼를 긁어내며, 소독효과가 있는 자신의 침을 이용해 나무가 병들지 않도록 보살핀다. 그러면서도 하얀 진딧물만은 공격하지 않는다.

하얀 진딧물은 코르니게라는 나무에 별로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많은 분비물을 내는데, 이 분비물은 개미들을 먹여 살리는 필수양식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개미와 진딧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라에서 상생하며 살아간다. 개미 덕택에 코르니게라는 다른 나무들의 그늘을 빨리 벗어나 그 나무들을 굽어보면서 직접 햇빛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런 협동을 통해 식물과 동물의 상생은 이어진다. 

드물긴 하지만 우리는 식물과 동물 사이에 그렇게 상생이 이루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 곳에 붙박여 사는 식물이 어떻게 지극히 동적인 동물의 세계에서 자기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개미를 공생의 파트너로 삼은 코르니게라는 그야말로 장수의 비결을 알고 있는 셈이다. 

2004년 6월 이후 국내외에 반향을 불러일으킨 1사1촌운동은 이미 범국민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농협에 따르면 최근 1사1촌 결연 실적이 9천515건, 연 교류인원은 200만 명에 이른다. 현재 기업들만 3천974개가 참여하고 있을 만큼 교류 활성화 지수도 높고, 결연에는 학생이 주축인 1교(校)1촌 사례 853건도 들어 있다. 이 밖에 중앙과 지방정부·소비자단체·사회종교단체 등도 한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

작년도 교류금액만 해도 800억 원에 달한다. 1사1촌운동은 별다른 대안이 없던 농촌 문제를 ‘도농 상생(相生)’이라는 슬로건으로 접근해 도농교류의 한국형 모델로 자리 잡았다.

굳이 ‘도농상생’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지 않아도 도시와 농촌은 서로 다른 둘이 아니라 함께 껴안고 가야 할 하나임을 잘 알고 있다. 1사1촌운동을 통해 도시와 농촌, 기업과 마을이 함께 하려는 노력이 줄을 잇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임을 깨닫는다면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두 생물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거나 또는 특별한 피해를 주고 받지 않는 상태에서 접촉하며 같이 살아가는 방식을 공생 또는 상생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에 반해 한쪽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다른 한쪽은 피해를 보는 경우를 기생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무 한 그루와 많은 개미들의 1사 다촌의 협동관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식물이 서로 공존하며 사는 방법에도 질서와 양심이 있고, 반대로 그 질서와 양심을 깨뜨리는 파괴적인 생태계도 본다. 하물며 사람이 사는 사회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무와 개미들의 협동경제학은 그들의 상생관계를 통해 참다운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을 깨우쳐 주고 있다.

근래 1사1촌운동이 시들하고 있다. 농촌이 뿌리라면 도시는 꽃으로, 뿌리가 마르면 꽃은 시들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공동체 유지활동의 모범인 1사1촌운동을 1사다촌운동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닌 구체적인 협동경제학이 담긴 운동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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