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제 인천귤현초등학교장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한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전국에 걸쳐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때때로 쏟아지는 소나기에도 폭염은 식을 줄 모르고 열대야와 함께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원전 비리와 그로 인한 전기 부족은 국민들에게 더 큰 고통과 짜증을 유발시킨다.

골목길 차량 연쇄방화 사건과 ‘건강하고 활기찬 사람들이 무리지어 가는 것을 보면 차로 들이받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며 길가던 행인들을 자신의 차량으로 덮쳐 살해하는 등의 묻지마 사건들이 연속 발생,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지구상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는 물론,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세계가 놀랄 만한 발전을 이룩한 저력은 과연 무엇이며, 지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견딤은 없으면서 쓰임만 바라는 비정상적인 이기심에서 기인하는 병리현상들은 아닐까?

도끼 자루를 구하기 위해 산으로 가는 할아버지를 따라가던 손자가 발이 아파오자 말했다. “할아버지, 여기도 나무가 많은데 왜 자꾸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세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계속 산길을 올랐다. 그리고 산 꼭대기 근처 절벽의 바위 틈새를 뚫고 자란 나뭇가지를 어렵사리 잘라냈다. 산을 내려오며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말했다.

“얘야. 나무가 절벽 바위틈을 뚫고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으려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견뎌야 했겠니? 비와 바람, 폭설과 추위, 가뭄과 더위도 모두 견뎌낸 나무를 도끼자루로 써야 평생 써도 부러지지 않는단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견딤이 있는 만큼 쓰임이 있는 법이란다.”

갈수록 살기가 어렵고 힘들다고 불평 불만을 토로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 부모 세대는 삶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인 의식주와 안전조차 해결되지 않는 환경을 견디며 미래를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새로운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갈수록 편리하고 풍요로워진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그럼에도 행복지수가 낮아지고, 불만과 갈등이 심해지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학교 다닐 때는 공부가 힘들고, 졸업한 후에는 취직이 힘들고, 취직 후에는 근무가 힘들다고 말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비해 보수나 처우는 부족하고, 복지와 근무여건은 열악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어떤 기준이나 수준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국민 대부분이 자신을 빈곤층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중산층이 두터워야 안정된 사회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중산층에 대한 기준은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설문 결과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중산층의 기준을 부채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월급여 500만 원 이상, 자동차는 2천CC급 중형차 소유, 예금액 잔고 1억 원 이상 보유, 해외여행 1년에 한 차례 이상 다닐 것 등으로 응답했다고 한다.

미국이나 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사회활동이나 문화생활 수준 등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오로지 경제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국민 대다수가 자신을 빈곤층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로 인한 불만과 갈등이 심해지게 되는 것 아닐까?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나 판단에 대한 적절성은 제쳐두더라도 이런 불합리한 사회적 병리현상 원인이 견딤은 없이 쓰임만 기대하는 이기적 욕구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처럼 의식과 관련된 사회문제들은 단기간에 없애거나 고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장기적 안목과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치유와 개선이 가능하며, 그중에서도 교육을 통한 치유과 개선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교육이란 가정과 학교·사회가 공동으로 담당하는 영역으로, 상호협력과 보완적인 한편, 일정 부분 각자의 역할과 요구, 목적과 기대가 다른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견딤이 있은 후에 쓰임이 있다는 사실은 가정과 학교, 부모와 교사들 모두가 음미해야 할 화두인 것이다.

오늘의 견딤이 곧 내일의 쓰임이 되는 법이다. 견딤이 큰 만큼 쓰임 또한 커진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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