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을 맞아 대학은 일제히 2학기 개강을 했고, 분주한 한 주를 보냈다. 특히, 각 대학마다 날짜의 차이는 있지만 2014년도 수시 1차 모집이 시작되었고, 대학에서는 우수한 신입생을 얻기 위한 생존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은 수능 59일을 맞이하는 날이기도 하다.

 대입전형과 관련된 문제는 언제나 큰 이슈를 불러오며, 학생을 자녀로 둔 모든 부모들은 대입전형 변화에 촉각을 세운다.

교육부는 8월 27일 학생·학부모 부담 완화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 및 발전방향에서는 수준별 수능의 점진적 폐지와 2017년 수능 체제 개선 검토에 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특히, 현재 주목받고 있는 이슈는 문·이과 교육과정 편성 등을 고려한 3개의 복수안과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문·이과 교육과정 편성안으로 제출된 3개의 복수안은 제1안 문·이과 구분안(현행 골격 유지안), 제2안 문·이과 일부 융합안, 제3안 문·이과 완전 융합안이다. 내가 지지하는 안건은 당연히 문·이과 완전 융합안이다. 고등학교 때 문·이과를 나누는 것은 학생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학에서조차도 학과 중심에서 학부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고, 자유전공이라는 학과를 만들어 어느 시점까지 대학생들의 학과 선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에 고등학교에서 문·이과를 나누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문·이과를 나누는 것은 전문성을 강화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엔지니어 출신인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 애찬론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이공계 학생들에게 인문학 소양을 함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미래학자들은 이미 미래사회의 주요한 키워드로 ‘감성’과 ‘융합’을 꼽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좌뇌형 인재들이 각광 받던 시대였지만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는 더더욱 창조적 인재들이 요구되며, 의사결정자들은 우뇌형 인재를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좌뇌의 역할은 언어적 사고와 판단을 하고 많은 정보에서 체계적 추리를 하며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라고 보며, 우뇌의 역할은 시각적·이미지적 사고와 판단을 하고 하나의 정보로 전체를 파악하고 감성적이고 공간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좌뇌는 환원주의적 관점이 탁월하고, 우뇌는 총체주의적 관점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현상을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 특히 통찰력은 반드시 우뇌의 작용이 있어야만 한다. 이 우뇌의 기반이 바로 ‘감성’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때 문·이과를 통합한다는 것은 우뇌형 인재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3안인 문·이과 완전 융합안은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라 하면서, 공통과목으로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을 지정했고, 사회탐구영역에 있던 ‘한국사’는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나는 미래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공통과목 자체를 대폭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먼저, 수학과 영어에 대한 비중을 대폭 줄여야 한다. 지금 중·고등학교 때 배우고 있는 수학은 물리학자인 내가 볼 때 거의 쓸데없는 과목이다.

수학을 통해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은 논리적 사고와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숫자의 아름다움이다. 지금같은 거의 암기식 수학 교육은 오히려 안하는 것보다도 못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의 영어 과목은 더 쓸데없는 공부를 하고 있다. 영어는 공부하는 과목이 아니라 체득해야 하는 과목이다.

영어를 통해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은 의사소통 능력이다. 10년 동안 영어공부를 해도 외국인과 기본적 대화가 안 되는 영어 공부는 한마디로 쓰레기이다.

또한 모국어로도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어떻게 외국어인 영어로 의사소통이 탁월할 것을 기대할 수 있는가? 나의 생각은 영어 시간을 줄여 국어 시간을 늘려야 하며, 수학 시간을 줄여 학생들의 사고력을 증진할 수 있는 역사와 철학을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

과거 한 시대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 시대의 사상적 흐름을 느낄 수 있다면 어떠한 미래가 오더라도 의연하게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