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떨어진 은행들이 ‘아니면 말고’식의 소송을 남발하고 있어 사회적 약자인 가난한 세입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

6일 인천지방법원과 법률구조공단 인천지부 등에 따르면 일부 지역농협과 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을 비롯한 제2금융권 저축은행들이 경매 또는 공매로 넘어간 주택에 대해 무차별적인 ‘배당이의 소’를 제기하고 있어 선의의 소액임차인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지법이 집행한 부동산 경매 과정에서 접수된 배당이의 소는 420건이다. 올해는 9월 말 현재 394건이 접수돼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 경매가 이뤄지면 임차인은 배당금을 받고 경락인(낙찰차)에게 살고 있던 집을 비워 줘야 한다. 하지만 이때 배당이의 소가 제기될 임차보증금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갖고 있어도 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 배당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소액 임차인의 보증금은 일정 한도 내에서 최우선 변제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인천지법 이의영 공보판사는 “최근 일부 은행권에서 소액 임차인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 반환 및 배당이의 소를 제기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며 “가난한 소액 임차인의 경우 법적 대항력이 없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의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집값의 50~60%까지 인정해 주는 일반 시중 은행과 달리 2금융권에서는 70~80%까지 높여 잡고 있다”며 “최근 주택을 담보로 받은 선순위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70%를 넘는 ‘깡통전세’가 넘쳐나고 있는 마당에 조금이라도 더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누가 봐도 실거주자임이 분명한데도 불구, 무턱대고 선순위 배당금을 받으려는 ‘가장(假裝)임차인’이라 의심, 법원에 소부터 제기한다는 것이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무료 법률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최근호 변호사는 “상담을 의뢰한 소액 임차인 중에는 법률적 지식이 없어 아무런 대응도 못하거나, 선순위 변제받을 수 있는 보증금의 일부를 포기하면서까지 은행 측과 합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김모(48)씨는 상담을 의뢰한 자신이 살고 있던 다세대주택이 임의경매로 넘어가면서 2천만 원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주채권자인 P금고가 배당이의 소를 제기한 뒤 또다시 부당이득반환청구까지 제기해 결국 배당금의 일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공단 측은 전했다.

법률구조공단 인천지부 김현숙 부장은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당장 살 곳을 잃은 소액 임차인의 불안한 처지를 악용, 선순위 배당금을 가로채려는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며 “최소한 법원이 배당이의 소를 신속하게 판결해 주거나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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