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환 미래변화예측연구소 소장/인천대 겸임교수

2013년 노벨상 수상자들의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201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힉스입자의 존재를 가설로 제시했던 영국의 피터 힉스 에든버러대 명예교수와 벨기에의 푸랑수아 앙글레르 브뤼셀자유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고, 지난 10일에는 “이전까지 화학자들은 플라스틱 공과 막대를 가지고 화학분자 모델을 분석했으나, 1970년대에 이들이 개발한 컴퓨터 모델 덕분에 현재는 이제는 컴퓨터로 화학작용을 예측하고 이해하게 됐다”며 이런 공로를 인정해 마틴 카플러스 하버드대 명예교수, 마이클 레비트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 아리 워셜 남캘리포니아대 특훈 교수 등 3명의 미국인이 공동 수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964년,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는 힉스입자의 존재를 처음으로 제기했고, 프랑수아 앙글레르 교수 역시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이른바 힉스메커니즘의 존재를 처음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힉스입자는 발견되지 못하고, 49년 동안 가설로만 존재하다가 지난해 7월 유럽 원자핵공동연구소(CERN)가 대형 강입자 충돌 실험을 통해 힉스입자를 발견했으며, 지난 4일 도쿄대와 일본 고(高)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 등 국제 연구팀이 힉스입자가 붕괴해 다른 소립자로 변하는 패턴 등을 조사, 힉스입자의 존재를 밝힘으로써 마침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또한, 노벨화학상의 3명의 수상자는 복잡한 화학반응 과정과 분자 조합을 계산, 예측하고자 컴퓨터를 기반으로 자연계의 화학반응을 반영한 다층적 분석 모형을 고안해 식물의 광합성 작용이나 촉매를 이용한 배기가스 정화 같은 복잡한 화학반응을 자세히 분석할 수 있게 했다.

특히, 기초 화학연구의 성과가 아닌 연구의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 개발자들에게 상을 준 것이 이례적으로 여기지고 있다.

사실 2013년 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으로 받게 된 것에 대한 숨은 공로자가 따로 있다. 바로 컴퓨터의 역할이다. 20세기 중반 이후의 과학의 발전은 컴퓨터를 이용한 대단위 계산의 가능에서 비롯되었다. 힉스입자를 발견하기 위해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에 수행한 대형 강입자 충돌 실험은 엄청난 용량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다층적 분석 모형을 이용한 컴퓨터 프로그램도 엄청난 용량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해야 한다. 80년 말인 대학원 시절, 대학 전산실에서 이론핵물리학자인 내가 간단한 핵물리 계산 프로그램을 수행하기 위해 거의 한나절의 시간을 소요했으며, 대학 전산실에서 같이 프로그램을 수행했던 화학과 대학원 학생들은 전산실의 70% 이상의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며칠 밤낮을 계속해 프로그램을 수행했던 기억이 난다.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컴퓨터의 발전 속도는 매해 2배 정도이며, 이는 지수함수적 변화이다. 선형적이고 단선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발전 속도이다.

그렇기에 미래 사회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컴퓨터 성능의 발전 속도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하며, 향상된 성능의 전파속도도 예측해야 한다. 이제 인간이 느끼는 컴퓨터의 막대한 영향은 마치 공기와 같이 우리 삶 속에 완전히 녹아져 있다.

이제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패닉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의 성능 향상에 대해 경제적 효과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대부분 IBM의 엄청나게 큰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을 때 MS의 빌 게이츠는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 후 이러한 기적은 PC(Personal Computer)를 만듬으로써 이루어졌다.

또한 20년 전 책상 위를 차지하고 있는 차갑고 딱딱한 물건인 컴퓨터가 인간성을 말살한다는 논쟁이 있을 때 마크 와이저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면서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를 예측했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총체적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에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 컴퓨터와 인터넷을 지배하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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