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시에서 1996년부터 봉사활동을 해 온 ‘도배봉사회’ 김종란 회장이 그동안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집’이라는 단어를 명사로 해석하면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더위·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그래서 집은 아늑하고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는, 또는 가정이나 나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 같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곳이다.

이같이 집은 누구에게나 기대치는 같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에게 ‘도배봉사’를 통해 ‘집’다운 집을 주려는 노력이 누군가에게서 18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의 노력으로 무려 90가구가 이전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평택시에서 1996년부터 도배봉사를 해 온 ‘도배봉사회’ 김종란(53·여)회장의 이야기다. 2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진심을 담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꾸준히 봉사해 왔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참 쉽지 않은 일을 일상의 삶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싶어 놀라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평택시내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아줌마이고 어머니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먹고살기가 힘들어 도배일을 배웠어요. 힘든 일이지만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생계를 위해 배우게 됐어요”라며 처음 도배를 배운 그때를 술회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도움이 되고자 1996년 평택시 여성회관 1기로 도배교육을 수강했고 그때의 동기생 11명과 함께 도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은 2006년부터는 평택시 공무원봉사단과 함께 봉사활동을 시작해 매월 1회 마지막 주 토요일 도배봉사를 90여 회 가까이 지속해 오고 있다.

김 회장은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봉사대상을 선정하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한다. 또한 외부의 도움 없이 자재비 등을 회원들과 십시일반으로 모아 마련해야 했기에 그 어려움은 더욱 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도 도배봉사를 끝내고 나올 때 도움을 받은 이웃들의 환한 웃음을 보면 눈 녹듯 사라지고 정말 가슴 뿌듯하다는 김 회장은 “그 웃음들이 저를 또 봉사하게 만드는 힘이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 회장에게 기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느 날 불로 집이 다 타버려 망연자실한 한 주민을 위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집을 짓고 도배를 하고 나올 때 그 주민이 손을 붙잡고 눈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눌 때였다고 한다.

또한 눈이 안 보여 제대로 청소도 못해 온갖 냄새와 더러운 것들과 함께 지내온 시각장애인의 집을 청소 및 도배를 하고 나올 때 받은 ‘감사하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 회장과 함께 도배봉사 활동을 펼쳐 온 평택시 한 공무원은 “도배봉사를 다니면서 김종란 씨는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며 “열정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그녀 같은 사람이 있어 이 세상은 아직도 아름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그녀와 함께 봉사하고 있는 단체는 정확한 이름도 없다. ‘도배봉사회’라고 자기네끼리 회장·총무를 나눠 부르며 나눔의 행복을 전파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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