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외국 여행 중 호텔 로비에 들어설 때마다 약간 자존심 상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 시각을 나타내는 시계 중 도쿄는 있어도 서울은 없기 때문이다. 호텔 입장에서 보면 서울 표준시와 도쿄 표준시가 같으므로 아무리 한국 위상이 높아져도 서울 시계를 별도로 게시할 일은 없는 것이다.

많은 나라들은 제 나라 중심지역을 제 나라 표준시간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세종대왕 때부터 우리나라 서울을 기준으로 한 표준시간을 사용했다. 조선은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꾼 후인 1908년부터 서울 부근인 우리나라 중심(경도 127.3도)을 기준으로 한 표준시간을 정했다.

일본 강제 점령 후 일본은 도쿄 부근(경도 135도)을 기준으로 한 일본 표준시간을 사용해 우리나라 표준시간을 30분 변경시켰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1954년 우리나라 표준시간을 다시 우리나라 중심(경도 127.3도)을 기준으로 한 표준시간으로 돌려서 사용했다.

그러나 1961년 5·16군사정변이 일어나 1961년부터 우리나라 표준시간은 다시 일본 표준시간(경도 135도)을 기준으로 30분이 변경됐다. 우리나라는 그 표준시간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

왜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시간이 아닌 30분 떨어진 남의 나라 시간을 우리 표준시간으로 사용하는가?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 움직임이 제기됐지만 경제적 비용 등의 이유 때문에 실현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표준시의 기준인 동경 135도선은 울릉도 동쪽 350㎞ 지점을 남북으로 지나는 자오선으로 우리의 영토를 지나지 않는 선인 데다, 대한민국의 최동단 독도에서도 278㎞나 떨어져 있다.

우리나라 중심부와 평균 태양시를 비교해도 표준시가 30분 빠른 점 등 불합리한 점이 많다.

표준 자오선을 우리 기준에 맞게 표준시를 설정함으로써 일본의 제국주의 잔재에서 벗어나는 또 하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표준시 개정을 통해 영토주권과 역사를 재확립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국가 정체성과 국민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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