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본주의 프로파간다'(선전운동)인 상업광고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북한은 이달 말께 평양시내 주요 도로에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이 생산하는 승용차 `휘파람'을 홍보하는 대형 광고판 5개를 설치할 계획이며 북한의 대표적인 일간지 노동신문도 광고게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기량 1천580cc의 '휘파람'은 이탈리아 피아트의 `씨에나'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북한에서 시판되기 시작됐다. 대당 1만4천 달러로 북한의 일반 노동자들이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평화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휘파람을 선전하는 대형 입간판 5개가 이달 말쯤 평양시내 주요 도로에 설치될 예정이다"면서 "이 광고판은 가로 9m, 세로 3.5m 크기다"고 밝혔다.

그는 "승용차 휘파람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는 북한당국은 일단 내수 시장을 겨냥해 이 광고판을 설치하기로 했다"면서 "광고는 평양지역에 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대북투자에 나선 외국기업의 상업광고를 법적으로 규제하지는 않는다.

지난 91년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지정된 라진 선봉에서 외국기업들이 상업용 입간판과 공보수단을 통해 광고를 할 수 있도록 96년 4월 시행령을 마련했다.

또 지난해 채택된 개성공업지구법 제19조도 개발업자는 광고업 같은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지역에서 일부 허용된 상업광고가 평양시내에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조치이며, 이는 지난해 7.1경제개선 조치 이후 나타나고 있는 북한 사회변화의 한 단면으로 보여 주목된다.

7.1경제개선 조치가 시행되면서 북한의 공장과 기업소는 자체 노력에 의해 벌어들인 수익금을 독자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책임경영제로 전환됐으며 상업광고 등장도 제품을 더 팔아 이익을 남기려는 실리주의 경영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조만간 기존 6면에서 12면으로 지면을 늘리는 한편 자본주의 사회의 신문처럼 5단 광고 게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본주의 요소들이 점진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고일동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평양시내에 상업광고 입간판 설치를 허용한 것은 자본주의적인 조치로 보인다"면서 "제품을 더 팔려는 실리주의적 사고와 함께 북한 경제가 시장지향으로 변하고 있음을 알려 대외 환경을 우호적으로 바꿔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