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순석 시민기자

매년 새 학년이 시작될 무렵 학생들의 전입학과 새 학사 일정 등으로 분주한 교무실에는 시중 서점 영업사원들의 방문으로 더욱 북적인다. 이들은 각 출판사마다 출간되는 참고서와 문제집 더미를 교사들 책상 위에 올려두고 가는데, 다 합하면 몇십 권이나 돼 비좁은 책꽂이를 가득 채워 버리는 실정이다.

2일 경기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 교사들은 시중 서점의 영업사원들이 두고 가는 책들을 관리하지 않고 책상 밑이나 별도 사물함에 가득 쌓아놓고 있다가 연말이나 학기말이 되면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촌지 따위가 오가지도 않으니 학년 초만 되면 ‘공짜로 주니까 받는’ 관행으로 굳어져 버렸고 묶음끈조차 떼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학생이든 다른 교사든 누군가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 꺼내 주는 ‘주인 없는’ 책으로 전락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참고서나 문제집에는 겉표지부터 내용에 이르기까지 시중에서 학생들에게 판매되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고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겉표지에 ‘교사용’, ‘연구용’ 또는 ‘비매품’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뿐이다.

또 하나 차이점은 모든 문제에 답과 해설이 덧붙여 있다는 것. 그래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학생들에게 주지 못하게 장치(?)를 해놓았다.

중·고등학생용 참고서는 시중 서점의 총매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넓게 봐서는 사교육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변변한 광고도 없이 사업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를 어쩌면 학년 초마다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교사용 참고서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교사는 해당 참고서의 판매를 돕는 광고 모델이 되는 셈이며, 공교육이 사교육을 지원해 주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교사들에게 공짜로 제공되는 선물이 전국적으로 매년 매 학기에 걸쳐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경제적 부담이 고스란히 학생들이 구입하는 참고서와 문제집 가격에 전가되는 것이다.

요즘 교육부와 출판사 사이의 가격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한창이나 가격을 낮추는 방안의 하나로 교사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제공되는 공짜 선물을 제도적으로 없애게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되면 출판사가 지불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경감되고 동시에 학부모에게도 교재 구입비가 줄어드는 긍정적 현상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공짜는 학교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선 교육계에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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