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과 일반인 등 470여 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온 국민이 슬픔에 빠졌지만 특히 수많은 중·고등학교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기 때문에 또래인 학생들의 안타까움과 비통함도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P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 양은 “처음 휴대전화에서 기사가 떴을 때는 이렇게 심각한 사태까지 이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등교하면 휴대전화를 내야 해 아침에 신문으로 사고 현황을 알 수밖에 없는데 사고 후 며칠간 정확한 사실이 신문에 실리지 않아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소조기가 시작된 21일부터 끝나는 24일까지 뉴스나 신문, 휴대전화로 사고 현황을 확인하는 학생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C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오모 양도 “교실 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수색·구조 작업이 원활해졌다고 했는데도 사망자 수만 계속 늘어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같은 반 신모 군은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앉아서 동생 같은 아이들이 무사히 돌아와 달라고 기도밖에 해 줄 수 없다는 게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들이 일반인을 비롯해 학생들을 뒤로한 채 제일 먼저 탈출했고, 일부 승무원들만이 남아서 학생들의 탈출을 도왔다는 소식에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 안 듣고 밖으로 나간 학생들만이 살아남았다. 오히려 남은 학생들은 서로 구명조끼를 챙겨 주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다른 사람들부터 탈출시켰는데, 선장이나 승무원들이 직접 챙기지도 못할 거면 차라리 학생들끼리 알아서 나가라는 말이라도 미리 해 줘야 했다”며 울분을 표했다.

또한 사고 발생부터 현황을 쭉 지켜본 학생들은 사고 후 선장과 조타수, 승무원들의 직접적인 책임 회피와 정치인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에서도 깊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고교 2학년 최모 양은 “어른들은 항상 우리들한테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이렇게 큰 사고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묻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이번 일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과 학생들이 더 무거운 책임을 느낀 거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년을 막론하고 중·고등학교의 어린 학생들 대다수가 “세월호 참사가 어느 정도 수습되고 앞으로 다른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어른들의 지시에는 잘 따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나이의 학생들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에게도 여파는 컸다. 학부모 최모 씨는 “애들한테 할 말이 없다. 애들 말이 맞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 교사 지시 안 따른 애들이 살았다. 항상 어른 말 잘 듣고 공경해야 한다고 했는데…. 기사 보니 배 안에 남아 있던 학생들이 자기들 구명조끼 건네주면서 연장자, 어린아이부터 대피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말 잘 듣고 착한 애들인데, 너무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P고에서는 학생회 주최로 구호물품을 반별로 모아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보냈다.

“가족들이 조금 더 힘을 냈으면 좋겠고, 실종자들도 하루빨리 따뜻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게 중고생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