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에 거주하는 임모(26)씨는 거리를 걷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교복 차림의 앳된 학생들이 탁 트인 골목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여학생도 있었다.

임 씨는 그 자리에서 화가 나 흡연하는 학생들을 꾸짖었다. 문제는 학생들이 꾸지람을 듣고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볼일을 보고 오던 임 씨의 일행이 가세해 꾸짖자 학생들은 그제서야 돌아섰다.

이처럼 요즘 청소년들이 해선 안 될 행동들과 모습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노출되고 있지만 그저 눈치만 보고 혀만 찰 뿐 그 누구도 먼저 나서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또 다른 사례가 있다. 군포시의 한 PC방을 찾은 대학생 김모(24)씨는 게임을 즐기던 중 흡연을 하기 위해 흡연 장소를 물었다. PC방 전면 금연이 선포되면서 매장 밖에서 흡연하고 들어오라는 PC방 직원의 말을 듣고 흡연 장소를 찾은 김 씨는 황당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교복을 입은 채 흡연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바로 매장으로 들어가 직원에게 이 사실을 얘기한 뒤 매장 직원과 함께 그 학생들을 꾸짖었다.

김 씨는 “평상복도 아닌 신분을 나타내는 교복을 입은 채 당당하게 흡연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화가 나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당당하게 흡연과 음주를 해도 그 어떠한 제재가 가해지지 않은 채 방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되레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청소년이 두려워 괜히 얽히기 싫은 마음에 그냥 지나쳐 가는 경우다.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자신들을 훈계하는 한 대학생을 집단 폭행해 상해를 입힌 경우와 술에 취해 80대 할아버지를 폭행해 의식불명 상태에 만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둘째는 이런 청소년들에 대한 법적 제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훈계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동반되면 안 되지만 그 훈계를 폭행으로 보복해서도 안 된다.

청소년들이 이렇게 당당하게 흡연과 음주 등 행동을 하게 되는 원인은 의외로 가까이에서 발견할 수 있다. PC방의 예를 들자면 오후 10시가 되면 청소년들은 PC방을 이용할 수 없는 ‘셧다운제’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버젓이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회원가입 시 주민등록번호를 본인의 것이 아닌 20세 이상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가입하게 되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아르바이트생, PC방 사장의 직접적인 요구에 의해 발각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동네에 위치한 PC방의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일명 청소년들만의 ‘뚫리는’ 술집들이 있어 그 술집에 가면 신분검사를 하지 않아도 술을 마실 수 있다.

이처럼 동네에서부터 PC방과 술집이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가장 큰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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