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겸 기획본부장

 어느 잡지에 ‘협상 시 상대방과 윤리나 관습, 가치관이 충돌한다면?’이라는 제하에 그 해결책으로 ▶서로를 나쁜 사람으로 보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생각을 되풀이해서 말해 보면 상황 파악에 도움이 된다.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차이를 받아들이려는 방법을 배우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출처 Negotiation Letter)라고 돼 있었다.

오늘 우리 연구원은 ‘제5기 녹색경영연구원 CEO아카데미 종강식’을 가질 예정이다. 대부분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적어도 경영을 일상적 체계로 받아들이는 그러한 리더그룹 내지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문적 코드를 제시하고 정신가치가 주는 힘을 불어넣고자 보이지 않게 현실의 여러 여건을 고려해 가며 정형화된 워딩과 레토릭으로 그 개념을 지원해 왔다.

사회적 리더로서 성숙한 인격을 희망했고, 경영의 목표와 이상은 높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바라오고 싶었으며, 마지막으로 성취는 점진적이어야 한다는 지극히 유교적 경영관을 이해시키려 했다.

아마 이 교육과정이 끝나면 어느 정도까지는 인문적·사회적 정신자산을 확보하게 됐음을 스스로 느끼게 될 것이다. 서로 간의 남다르고 헌신적인 리더십, 원우 상호 간 인간적 교류나 나눔, 각자 나름 사는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 등이 모여 바로 그러한 본질적 인식들이 인문의 가치로서 보이지 않는 정신적 ‘얻음’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본다.

그럼 왜? 기업인들에게 인문을 이야기하는가? 분명한 것은 ‘인문학을 통해서 지금보다 나은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발견해 갈 수 있다’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 경우만 해도 직장생활을 하며 그야말로 비즈니스 협상과 영업상담, 기획디자인과 제안으로 평생을 살아오다가 은행에서 32년을 근무하고 은퇴해 지금은 강의와 저술로 인생 제2막을 살고 있는 중에 얼마 전 「금융인문」이란 책을 출간했다.

‘금융’과 ‘인문’의 부조화로운 개념을 상식을 깨트리는 용기를 내세워 내가 경험한 실제 상황들과 동서고금의 인문적 요소들을 결합해 금융권에서 일하는 후배 은행원들에게 살아있는 자료화를 목표로 선보이고 싶어 통념을 깨는 시도를 해 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책 제목에 의아해 한다. 금융에 인문이라니 도시 개념 자체가 매치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의 ‘의료인문’을 이야기하면 그제서야 다소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짓는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 생명과 돈으로 단순 구분하다 보면 의사와 금융인은 이제 새로운 자기가치를 필연적으로 확립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보다 나은 세상은 조화롭지 못한 개념들을 인문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재생적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으로 ‘금융인문’이라는 개념을 이 시대, 이 세상에 내놓을 당시 나름 오랜 경험적 자산들이 축적돼 왔었지만 근본은 ‘혁신’인 것이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에서 우리나라 금융영업이 낙후돼 가고 있는 근본적 요인은 환경이나 기능, 제도가 문제시 되는 것이 아니다.

금융회사 경영 자체가 인문적이지 못한 과정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금융회사뿐만 아닌 서비스업체 어느 회사든 ‘고객만족’을 내세우면서도 막상 기관, 회사들을 방문하면 옥외주차장이나 지하에라도 주차가 편리한 지하 1층 같은 곳은 전부 그 회사 간부들 주차하는 곳으로 표기돼 있다.

이러한 가치인식이 전도된 상황은 비단 기업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경영환경은 기업체나 단체, 기관들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각계각층에 널리 퍼져 있는 것이다.

고객만족을 이야기하고 서비스 실천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경영 프레임은 시대착오적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그런 기업, 조직들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경영도 인문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며, 그래서 이제 녹경원 CEO아카데미 5기로 떠나는 모든 경영인들에게 인문적 혁신을 새삼 주문하고 싶다. 나부터, 내 주변부터 인문성을 키우도록 서로 노력했으면 보다 나은 세상은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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