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환 미래변화예측연구소 소장

「위험사회」와 「글로벌위험사회」의 저자인 세계적인 독일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11일 ‘위험사회의 도전과 서울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서울시 신청사 대회의실에서 대담을 나눴다.

이 대담에서 울리히 벡은 “유럽 대도시들은 근대화를 완성하는 데 150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불과 50년 만에 이뤄냈다.

그러나 서울은 빠른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위험에 노출됐다”고 지적했으며, “21세기 등장한 글로벌 문제는 협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데, 국가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 원인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도시의 연합체가 해결사로 나서야 하며, 새로운 정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신뢰 상실’을 꼽으면서 “세월호 사건은 일반적인 재난사고였다기보다 그동안 쌓인 한국 사회의 위험 요소가 한 번에 터진 참사로서, 정부가 신뢰를 잃게 돼 정치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더 큰 위험이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울리히 벡은 2012년 출판된 「경제위기의 정치학」의 서문에서 “유럽의 위기는 사회와 정치를 바라보는 기존의 이해가 무너지고 있다는 반증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던진 울리히 벡의 메시지는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에 따른 한·미·중·일 4국의 극단적인 신경전에 따른 위험성을 더욱 깊이 생각하게 한다.

그는 유럽연합의 4가지 목적을 제시하면서 ‘또 다른 유럽’의 이야기, 즉 아시아연합에 대한 아시아의 아시아화에 관한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먼저 유럽연합은 적대국이었던 이웃 국가들이 상생하며 실제적 기적들을 만들었고, 또한 세계 정치에서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미쳤을 뿐 아니라, 국가적 이익 측면에서도 각 국가가 독자적인 민족국가로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큰 이익을 줬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은 전세계에 퍼져 있는 위험상태에 처한 유럽 현대성을 극복하는 공동의 노력을 하고 있다. 급변하는 21세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유럽연합이라는 유럽의 선택은 아시아연합을 통해 아시아 시대를 열기 위한 아시아의 선택과 유사하다.

세계 패권의 중심인 미국이 또 다른 패권세력의 출현을 반기지 않는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럽연합을 분열시키고자 한 행동은 당연해 보인다. 마찬가지로 또 다른 패권세력인 아시아연합의 출현을 미국이 반길 이유가 없다.

 특히 아시아 국가의 잠재력은 상상이 불가해 미국은 유럽연합보다 아시아연합을 더욱 두려워할 것이다. 환원적이며 이성적인 서양인의 사고로는 총체적이며 감성적인 동양인의 사고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며, 특히 G2로서 패권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출현은 미국이 가장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미래연구를 과학적으로 접근함에 있어 중요한 점은 관찰이다. 지금의 동북아 정세는 그 어떤 때보다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좀처럼 예측하기가 어렵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울리히 벡이 경제위기는 정치적 위기에서부터 발생했다는 정치기반적 사고 프레임을 토대로 작금의 동북아 정세를 살펴보면 일본의 집단 자위권 발동, 시진핑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한 이유, 일본의 우경화에도 불구하고 북일 관계 개선,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석과 남북 실무 접촉, 미국의 집단 자위권 지지, 일본의 오세아니아 방문과 호주를 포함한 오세아니아 국가의 집단 자위권 지지 선언 등의 역학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처신, 특히 인천의 처신은 명확하다. 동북아 지역의 균형추는 한국에 있다. 한국이 중국으로 완전히 쏠리게 되면, 한국은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잡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한미연합군의 도움 없어도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며, 통일한국도 쉽게 이뤄질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비록 일본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시아 해상권 장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한국이 미국으로 완전히 쏠리게 되면, 중국은 더 이상 세계 패권은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 맹주로서의 자리도 어렵게 된다. 한국이 특별한 요구를 할 때 중국이나 미국이나 쉽게 거절할 수 없는 형국이다.

특히 인천은 한중관계 개선의 핵심 도시이며 통일한국의 중심도시이다. 인천시민 모두는 새로운 사고 프레임을 장착해 위대한 인천시대를 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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