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얼마 전 고궁 뜰을 거닐며 연못 한가운데 탐스럽게 피어난 수련꽃을 보게 됐다. 수련은 여러해살이 수중식물로 굵고 짧은 땅속 줄기에서 많은 잎자루가 자라 물위에 꽃을 피운다.

낮 시간 동안 활짝 피었다가 저녁에 꽃잎을 오므려 잠든다고 해 수련의 수자는 잠을 나타내는 것이다. 피었다가 잠이 들고, 다시 핀다고 하는 수련꽃은 흔히 물 수(水)의 수자로 알고 있지만 여기서는 잠 수(睡)다. 별 것 아니지만 옆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냥 지나치면 본래의 가치나 의미를 모르고 지내는 일이 정말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본 적이 있다.

가끔 강의를 하면서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보려고 하라는 말로 벤치마킹이란 전문용어를 언급하면 표정들이 다양해진다. 아니 보이는 것도 잘 안 보여 이런 곳에 와서 공부하는데 어떻게 안 보이는 것까지 볼 수 있겠느냐라는 뜨악한 표정이 된다.

특히 사회현상에서 물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렇게 쉽게 구분지어 말할 사안은 아닌 것이 맞다. 그러나 내면에 대한 성찰과 그 가치에 대해 눈여기고 귀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흔히 가치, 원리, 본질 같은 의미로 언급되며 논의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기업비용을 줄이고 가치를 창출한다. 아울러 기업의 공유가치(CSV), 그 가치나 원리를 실천하는 수천 개의 기업이 있으면 우리 시대 핵심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기업전략과 경쟁전문가인 마이클 포터 박사가 최근 언급한 내용이다.

가치는 평가의 결과다. 평가란 식별하고 측정하고 값을 부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평가기준에서 명목가치(nominal value)도 중요하다. 그러나 본질가치(intrinsic value)의 증대를 위한 노력이 사람으로 치면 내면적 가치를 높이는 것과 같다.

기업이 가지는 본질가치를 이해하고 이러한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유형자산의 중요성도 있지만 무형의 자산에 대한 값어치가 얼마냐 하는 것이다.

이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업 기술력의 기초가 되는 제조비밀(know-how), 입지조건, 광고선전 효과, 종업원의 부가가치생산성 정도 등이 정확하게 평가되면 이것이야말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다.

기업은 계속체(a going concern)로 이해돼야 한다. 6개월 아니 한 달 만에도 문을 닫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큰 범주로 보면 양호한 실적을 갖는 기업이 인수나 합병을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낳고 시너지를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해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디를 가든 9988! 2418!을 외친다. 우리나라 기업 현황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비시켜 나타내는 숫자다. 이것은 보인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보고 있고 알고 있는 가치이며 의미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 산업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수는 99%가 중소기업이고 88%의 종사자를 가지고 있는 이 거대한 개미집단이 주는 의미는 사실상 너무 약소하다. 생산액 대비 24%, 매출액 대비 18%가 그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언제나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항이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애로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만 보더라도 기술개발 인력 부족, 자금 부족, 판매망 구축의 어려움 등등 이러한 난제들은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할 산이다.

이렇게 보이는 것, 그냥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항도 성장과 발전을 이루려면 관련되고 기반되는 모든 부문에서 집중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본다. 상생과 동반성장의 가치를 반드시 선의로 이해하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코 보이는 것만 봐서는 안 되고 그냥 스치듯 이런 문제들이 있다고 여겨서도 안 된다. 시스템적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결국 전 부문 협업을 통한 기업가 정신의 본질을 규명하고 가야 한다. 나눔과 배려, 도전의 기업가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본다.

기업의 장기적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업 내재가치 향상을 기원하며 가치와 원리, 의미를 다같이 되새겨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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