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겸 기획본부장

 왜 자꾸 대형 사고가 줄을 잇는지 모르겠다. 참담하고 부끄럽기까지 한 사건·사고들이 연일 대서특필된다. 그렇지 않은 적이 있었느냐 반문해 보지만 그래도 사회적 위기의식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학자가 모든 일에는 연(緣)과 인(因)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연은 직접적인 것이고 인은 근본적인 것을 이야기한다.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연과 인이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직접적인 연은 그때그때 상황마다 다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각자 사람의 마음에 있다는 것이다.

흔히 일체유심조 같은 의미로 많이 회자되는 부분이다. 사람의 마음, 결국 자기를 경영하는 정신체계를 말한다. 절대 쉽지 않은 과제이며 쉬우려고 해서도 안 되는 이슈다.

몇 년 전 출간돼 화제를 일으킨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정서적 상태, 공감의 세계는 자로 잰 듯한 관점에서 볼 이유가 전혀 없는 관념적 가치체계다.

많은 사건·사고를 접하다 보면 결국 사람들의 심성이나 관점, 견해, 의지 등에서 비롯되고 파생되며 생성되는 것이다.

 흔히 조직관리나 성과관리 개념에서 우리는 멘털 피트니스 또는 정서근육 등으로 표현해 가며 일 추진이 잘못되는 것은 용서 가능하지만 정신이 망가지면 모든 것이 응보처럼 사건을 지배하고자 나서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개인적 자유와 평화를 보장해야 함에도 사건·사고가 꼬리를 무는 것은 자유를 앞세운 자기경영의 실패 또는 영원한 안티 성향을 추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우리들은 너무 개인적 욕망과 욕심을 채우는 일에 진력을 다하고 있다.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로 비약이 된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과정에서 남들과의 충돌이 발생하고 충돌하면 파괴되고, 파괴가 되면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손녀를 데리고 실내 어린이놀이터를 찾았다. 내 손을 떠나 혼자 아이들이 줄을 서 있는 미끄럼틀을 타려고 가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또래 아이들이 자꾸만 새치기를 하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하듯 줄을 선 손녀아이를 옆에서 달려와 제치고, 결국 겨우 한 번 타고 내게 걸어온다.

 문제는 그 주변에 젊은 엄마들이 하나같이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서 어느 누구 하나 아이에게 순서를 지키라고, 순서에 대해 말하는 엄마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로지 내 아이가 줄 따위 안 지키고 순서에 상관 없이 제 요량껏 티 없이 그렇게 나 하나만을 위해서라고 외치면서 천방지축 행위를 보여도 그 작은 일탈과 어느 면에서의 작은 폭력을 그냥 스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해가 간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

약삭 빠르게 남을 앞지르고 그래야 대한민국 같은 강자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방조하고 묵인하며 키우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삶은 바로 법질서이고 페어플레이라야 한다. 초등학교 이전 유치원 때부터 줄 서기를 무시하고 제멋대로만 하려는 것을 두고 보니까 군대 폭력과 대형 참사들이 줄을 잇는 것이다.

이런 사회일수록 법과 질서, 규칙은 더욱 철저히 지켜야 한다. 물론 지키는 사람이 밀려나는 개인주의 폐해가 도를 넘고 있지만 그래도 진정 내 아이에게 자존감을 높여 주려면 질서나 규칙은 분명하게 지키도록 가르치고 이해시켜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일상의 모습에서, 평소의 생활에서 이러한 직접적이고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법을 강화하고 훈련과 교육을 시키는 것만으로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그 작은 욕심을 다스리는 것만으로도 자기경영의 요체는 실현시켜 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는 것이다.

미국 초등학교 교사의 이야기다. 다음 학기 체육평가 과목이 수영이라면 선생이 그 내용을 발표하기 전 미리 그 정보를 입수한 한국 유학생이 방학 내내 수영으로 미리 선행적 학습을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페널티라는 것이다.

출발점이 다른, 그래서 불공정 평가에 해당된다고 인정을 못해 준단다. 공정하지 못함은 정당하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한 자기경영은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자기경영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겠다. 손녀아이가 조금 더 크면 ‘네가 너를 지키는 일도 자기경영의 정당성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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