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의 투자배급사는 지난 10일 “‘명량’이 오늘 오전 8시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개봉 12일 만이란다. ‘괴물’과 ‘도둑들’이 기록한 22일을 10일이나 앞당겨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쓴 거란다. 관객 1천만 돌파 영화로는 10번째다.

 게다가 역대 최다 관객 동원을 기록한 외화 ‘아바타’(1천330만2천637명)의 기록을 무난히 깨고 1천500만 명을 돌파할 거라 기대한단다.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 왜군이 무서운 기세로 한양으로 북상하던 절체절명의 시기에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전선으로 용병 구루지마 등이 이끄는 적선 133척을 명량해협(울돌목)에서 전멸시켜 왜군의 서해로 진출을 포기시킨 대첩을 그린 영화다.

원균의 모함과 패전, 전의를 상실한 병사, 두려움에 기댈 곳 없는 백성…. 이순신 장군이 맞닥뜨린 현실이었다. 마치 시대가 낳은 불세출의 영웅을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시대가 열광하고 있다.

지금 역사의 무대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농수산물이 팔리지 않고, 피서철인데도 관광객이 찾지 않아 바닥을 헤매고 있는 진도 경제를 살리자는 몸부림이 한창이다. 진도군이 영화 ‘명량’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단다. 명량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기에 그렇다.

제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1세가 8월 14일부터 18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사랑과 희망의 복음을 나누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희망과 미래의 활력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의 도덕적·정신적 위기의 희생양인 젊은이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구원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장벽을 극복하고 분열을 치유하자.” 방한 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교황이 강조한 메시지란다. 교황의 가장 큰 방문 목적은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가였다.

천주교 대전교구가 주관한 이 행사는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는 주제로 아시아 23개국 2천여 명의 청년들이 참가한 가운데 13~17일 닷새 동안 진행됐다.

교황은 15일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들과의 만남’과 17일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대회 폐막미사에 참석했다.

교황은 14일 서울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전세계, 아시아 그리고 한국의 젊은이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교황의 신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리고 귀감이 될 만한 우리 사회의 어른이 그리운 시대다.

교황은 14일 청와대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 위정자에게 절실한 덕목일 게다.

또한 15일 삼종기도를 통해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됐으니,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에 우리 모두의 책임일 거다. 정치권의 분발이 절실하다. 특히 청년대회에선 “여러분은 한 가족이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한다. 성서에도 요셉이 이집트로 갔을 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형제를 만나서 먹을 것이 필요해지자 나눠 먹으며 살았다. 여러분과 함께 있는 북한 형제들과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게 희망의 첫 번째 요소”라며 희망을 전했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모순일 게다.

다음 세대의 몫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과제다. 그리고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교황은 한국 수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빈서원을 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봉헌된 사람들(수도자)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망친다”며 수도생활의 청빈성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 지도자임을 자처하는 이들의 위선을 고발하고 반성을 촉구하는 듯하다.

교황이 스쳐간 자리가 무겁게 다가온다. 여러 핑계로 그동안 우리 세대가 놓쳤던 수많은 과오와 과제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스스로 ‘술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자위하진 않았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지난 11일 영원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보여 줬던 ‘죽은 시인의 사회’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펼쳐지기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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