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 문제가 최근 큰 이슈로 떠올랐다. 재작년 미국 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연비 파장으로 4천200억 원이 넘는 벌금을 부담한 이후 관심도가 국내 연비 문제로 파급된 측면도 없지 않다.

소비자단체에서는 미국 연비 문제가 불거진 만큼 국내 연비도 같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소송 등을 제기했고, 승용차 공인연비를 담당했던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자동차 공인연비 측정 방법에 대한 개선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현행 제도는 자동차 연비 담당을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차는 국토교통부가 담당했고, 승용차는 10여 년 이상을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는 상태였다.

연비 문제 제기 이후 국토부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승용차 10여 종을 대상으로 단독으로 공인연비 측정을 실시한 결과, 현행 오차 범위인 5%를 넘는 상태를 2개 차종에서 확인하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담당부서인 산업부는 이미 오차 범위 이내 적합 판정을 내려 부처 상호 간에 서로 다른 결과를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국토부의 연비 측정상의 문제를 강력하게 제시한 메이커의 요청을 반영해 내부적으로 3대의 평균 연비 측정 등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재측정했고 비공식적으로 역시 오차 범위를 넘는다고 언론상에 제기한 상태였다.

 그 이후 최근 6개월 이상을 산업부와 국토부가 자동차 연비 측정에 대한 역할 분담에 대한 줄다리기를 계속해 최근 최종 공동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발표는 예상과는 달리 부처별 이기주의가 팽배한 모습만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발표 내용 자체가 부처별 통일이 돼 있지 않고 역시 문제가 있는 차종에 대해서도 엇갈린 판정을 해 혼동을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앞으로 몇 가지 측면에서 심도 깊게 생각해야 할 과제만 늘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정부의 신뢰성 타격이다. 통일화된 부분이 없다면 기자회견을 굳이 할 필요도 없고 시간을 늦춰서라도 합의된 부분을 만들어 내는 희생정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객관적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서로 간의 장점을 조합한 중재안을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할은 나눠도 시너지 효과는 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다. 둘째로 자동차 메이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국민들은 국내 자동차 메이커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편이다. 리콜이나 해외와의 차별대우 등 다양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급증한 수입차 물량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부서의 판결이 다르니 메이커는 도피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고 핑계될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제공한 꼴이 됐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로 국내 자동차 공인연비 측정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수면 위로 올라온 측정 방법을 선진형으로 수정할 수 있는 계기를 이번 사태로 확인한 것이다.

통일안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하고 더욱 개선해 연비 시험 시 객관적인 외부 전문가 참여, 향후 오차 범위를 더욱 줄이고 사후 검증 시 샘플 차량을 더욱 광범위하게 적용해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넷째로 자동차 메이커는 더욱 노력해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의 시각을 올바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리콜, 무상 수리, 애프터 서비스 등을 더욱 개선시켜야 한다.

다섯째 수입차 메이커는 물론 FTA 상대국들도 이번 사태를 통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 놓은 상황이 된 만큼 이제는 이런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성숙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처별 이기주의의 팽배라는 시대에 뒤진 모습을 이제는 국민들에게 보여 줘서는 안 된다. 향후 정부의 성숙된 모습을 바라면서 하루속히 자동차 연비제도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제도적 안착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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