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겸 기획본부장

 오래전 ‘굿 윌 헌팅’이란 영화에서 “인간은 불완전한 서로의 세계로 서로를 끌어들이려 하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과연 서로에게 얼마나 완벽한가를 보여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제자를 다독거리는 선생의 모습이 나온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최고의 명문 고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젊은 교사가 유복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나름대로 부와 명예, 미래가 어느 정도까지 보장된 선택받은 부류의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찢어 버리라고 권유하기도 하며, 책상 위에 올라가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가르친다. 그러면서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기라!’는 절절한 외침을 쏟아낸다.

‘현재를 즐기라’는 단순 문구에 무궁한 철학적 사유가 포함돼 있겠지만 아무튼 이 두 영화의 주인공 선생으로 나온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얼마 전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희극적 얼굴 표정에 진지함까지 갖춘 그의 연기에 세계 수많은 팬들이 아마 적지 않게 놀랐고 애도에 젖었을 것이다.

우울증 외 자세한 내용은 밝혀진 바 없지만 그는 우리에게 많은 사회적 이슈를 함축적으로 던져 준 배우였고, 현실적 시사점을 분명하게 제시해 준 그런 영화인이었다.

 그의 죽음에서 흔히 종합예술이라는 영화에서의 주인공을 맡아 열연하며 현재의 삶과 가공된 영화 세계에서의 실체적 간극에 대해 누구보다 더 많이 고심하고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쏟아 낸 영화에서의 대사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지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줬다. 휴갓길이면 1800년대 영국 시인 윌리엄 브레이크의 시집을 들고 칩거에 들어갔다는 스티브 잡스처럼 삶 그 자체에 대해 영원한 숙제를 남겨 두고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얼마 전 마케팅 전략 강의에서 수강생들에게 기존의 관점, 관성적 인식, 루틴한 프로세스에 대해 의도적으로 망각(Unlearning)해야 한다고, 그래서 다른 관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적극적 ‘밖에서 보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변화한 환경에 대해 적응도 빠르고 변신 역시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지금 같은 개인생존전략이 치열해지는 사회일수록 이러한 새로움에 대한 적응은 필수 전략인 것이다.

대한민국 직업인 중 보수성이 가장 짙은 직종의 수강생들의 반응은 별 무표정이었다. 매일 듣는 듯한 이야기인 듯, 그야말로 누구나 어디에서든 하는 그런 강의이고, 또 강사마다 토해내는 그런 워딩이나 레토릭인 듯했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강조했다.

내부적 관점에서의 동력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는 단계는 벌써 지났다. 지나도 벌써 지났다. 다만 그것을 언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문제가 난관이자 숙제라고 강조했다.

바뀐 환경으로부터의 영향력으로 인해 성장·발전의 가치를 가늠하는 외재적 기준 역시 이제는 정말로 중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정해진 틀이 그만큼 두텁고 견고하며 난공불락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다 미래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길 좋아하고 또 미래만을 이야기하자며 많은 이슈들을 던져 낸다. 문제는 그 미래라는 시간적 개념이나 관점이 결국은 현재의 점점들이 모여 미래가 된다는 사실이다. 현재를 명확하게 진단하고 분석하는 일이야말로 미래가치를 논하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겨내고 극복해 가야 하는 과제 해결에 대해 고심하고 방향 설정에 대한 올바름, 판단에 대한 믿음 등등 사회경제적 여러 가설들이 많기는 하지만 결국 지금 당장 현재에 대한 진단과 해결의 미학이야말로 최고의 미래가치다.

주변을 둘러보면 그야말로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차츰이란 이완적 단어, 여유와 천천히라는 이름들로 하여금 이 긴급하고 무질서한 개념들을 정리해 내야 한다.

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지금 당장의 문제를 고민하고 숙고해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해 내려는 의지야말로 카르페 디엠, 진정성 있게 현실을 즐기라는 제대로 된 의미 해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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