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실 대한결핵협회 인천지부장

 요즘 각종 매스컴이 자사고 문제로 시끄럽다. 자사고 폐지에 대한 가장 큰 명분은 공교육 살리기에 있으며, 더욱이 일반고 황폐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공교육에 실망한 학부모는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목고나 과학영재고, 자사고 등 다양한 학교를 찾아간다. 대체로 어느 정도 경제력을 지닌 고학력 학부모들이다.

기존의 일반계 고등학교와는 다른 교육과정 운영으로 자녀를 교육하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이 이들 학교에 보낸다. 특목고, 자사고 등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학력에서부터 출발한다.

현실적으로 학교 담장 밖으로 한 걸음만 나가면 치열한 경쟁사회, 학력사회인데 경쟁 없는 학교에서 졸업 후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또는 또래보다 앞서 갈 수 있는지 모든 학부모가 걱정을 한다.

현재의 공교육이 학부모가 믿고 맡기기에는 영 미덥지 못하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하지만 학교를 어떤 방향으로 바꿔야 하는지는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이들 학교는 공교육 불신에 대한 대안학교일 뿐이다.

6·4 지방선거 후 시·도교육청의 진보교육감 13명이 새로 탄생해 교육 현장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 인천지역에도 비리와 부패를 깨끗이 지우면서 교육비 걱정 없는 학교를 내세우며 좌파 진보교육감이 새로 교육감으로 자리를 잡았다.

 내건 대표적인 공약이 무상교육의 연장선에서 중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고등학교 수업료 면제, 초등학교 학습준비물 제로(0) 등과 지필검사 단계적 폐지, 혁신학교 지정·운영, 혁신교육지구 지정·운영 등이다.

특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우선 40여 개의 혁신학교 운영과 원도심 지역에 혁신교육지구를 지정하겠다고 한다. 혁신학교 설명회는 같은 무늬의 진보·좌파 색깔을 지울 수 없는 또 다른 교원단체들이 이끌면서 교육과정 운영 시 학교당 5천만 원 이상의 운영지원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서울 등 일부 교육청에서 시행한 혁신학교는 투자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낮은 것으로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첫 평가에서 드러났다. 평가에 따르면 서울에서 혁신학교는 학업성취도와 학교 향상도가 일반 학교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됐으며, 특히 일반 학교 학생들에 비해 우수학력 등급 비율이 낮았고 더욱이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급이 높았다. 특히 국어·영어·수학 과목에서 격차가 컸다고 발표했다.

진보·좌파 교육감들은 혁신학교가 공교육의 새로운 틀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새로운 기획상품은 아니다. 김영삼정부 때의 ‘열린교육’, 김대중정부 때의 ‘새 학교 문화 창조’ 등 모두 창의성 및 인성교육을 강조했으나 결국 실패로 마감됐다.

혁신학교를 초등학교에서, 그리고 원도심 학생을 대상으로 먼저 도입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저소득 학생들 중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다. 어릴 적 기초를 다지지 못한 학생들이 학년이 높아질수록 자꾸 뒤처져 낙오하는 사례가 되풀이된다.

한두 장의 페이퍼 토론 수업이 아니라 질 높은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교수·학습이 중요하다. 혁신학교는 교사가 바로 교장으로 발탁될 수 있도록 돼 있어 전교조 선생님의 승진을 위한 제도가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그 뿐만 아니라 전교조식 교육을 확산시키는 거점학교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은 혁신학교에서 제대로 안 되면 돈 많은 부모의 사업을 물려받으면 되고 외국 유학을 가도 되지만, 저소득층에게 두 번의 기회는 없다.

가난한 학생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모진 사회의 쓴맛을 봤을 때 진보·좌파 교육감이 아이들의 장래를 책임질 것인가? 저학년·저소득 학생 그리고 열악한 교육환경지역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성공 확률이 높은 교육의 틀을 버리고 정치적 색채를 가진 불확실한 교육의 시도와 확대는 더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고, 학생들을 볼모로 한 교육실험은 학생들에게 큰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만년 꼴찌인 인천 학력 수준이 개선될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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