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제 인천구월서초등학교장

 2014년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가 9월 9일 발표됐다. 이 조사는 34개 OECD 회원국과 10개 비회원국을 대상으로 교육기관의 산출 및 학습효과, 교육에 투자된 재정 및 인적 자원, 교육에의 접근, 참여와 발달, 학습환경 및 학교조직 4개의 장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청년층의 고등학교 이상 이수율, 고등교육 이수율 등에서 최고 수준을 보였고 학력에 따른 상대적 임금 격차는 OECD 평균보다 작고, 교육단계 상승에 따른 임금 증가 효과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담 공교육비 비율과 연령별 취학률, 고등교육 입학률 등은 OECD 평균보다 높고, 교사 1인당 학생 수와 연간수업일수 등 학습환경도 선진국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교육지표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하위권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소득, 주거, 일자리, 공동체 생활, 교육, 환경, 사회 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영역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해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 국가 중 최하위이며, 가장 큰 원인은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교육과 문화로 파악되고 있다. 교육의 목적이 자아실현과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원인이 교육에 있다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깨치는 것은 물론,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으로 예체능뿐만 아니라 영어나 수학교육까지 시킨다.

그리고 선행학습을 하면 학교 성적이 좋아지고, 좋은 학교 진학과 좋은 직업을 가지게 돼 높은 경제력과 사회적 신분 상승의 결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과정과 결과가 행복을 동반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부모는 물론 각종 교육종사자들조차 깊은 성찰과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막연하게 높은 성적과 경쟁 우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에 많은 시간과 노력, 경비까지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선뜻 제 주장을 펴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과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에 대해 「禮記(예기)」 學記(학기)편의 가르침 豫時孫摩(예시손마)에서 해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禁於未發之謂豫(금어미발지위예):잘못을 하기 전에 방지하는 것이 예이다. 豫(예)는 나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자녀를 잘 관찰해야 한다.

當其可之謂時(당기가지위시):받아들일 만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시이다. 時(시)는 배움의 때를 말한다. 때가 되지 않았는데 가르치려 하면 갈등이 생긴다. 그러므로 평소 자녀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

 不能節而施之謂孫(불능절이시지위손):정도를 뛰어넘지 않고 가르치는 것이 손이다. 孫(손)은 수준에 맞는 배움을 말한다. 초등학교에 배울 것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서 배울 것은 중학교에서 배워야 한다. 정도를 뛰어넘는 선행학습이나 선수학습은 오히려 해를 가져오게 된다.

相觀而善之謂摩(상관이선지위마):서로 자극해 좋아지는 것이 마이다. 摩(마)는 갈고 닦아 익히는 것을 말한다. 배운 뒤에야 부족함을 알게 되고, 가르친 뒤에야 모자람을 알게 되므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禮記(예기)의 가르침처럼 豫時孫摩(예시손마)한다면 배움이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 된다.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기르며 성장하는 과정이 바로 아이들에게 행복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 자녀들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부모가 자녀의 행복을 위해 하는 일들이 자녀를 행복과 멀어지게 만드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행복이란 다른 사람을 이기거나 앞서는 대가로 주어지는 상이 아니다. 앞설수록 쫓기고, 높을수록 불안감이 가중돼 행복과 멀어지기 십상이다. 삶의 수준을 높이고 행복을 추구하는 참교육을 위해서는 비교와 경쟁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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