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지금 인천에선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피와 땀, 눈물의 진검승부가 아주 작은 차이로 승부를 가르며 환호와 탄식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쥐어 짠 근력과 난이도 높은 기술에 정신력까지 동원되는, 그야말로 인간의 모든 아름다운 모습이 모여 보는 사람조차도 흥분과 좌절, 꿈을 맛보는 축제라는 점이다.

근력이라는 피지컬(Physical), 머슬(Muscle)의 의미와 정신력을 뜻하는 멘털(Mental) 또는 영성(靈性) 스프릿(Spirit), 마인드(Mind) 같은 단어들이 각각의 의미와 포개지며 적절하게 구사되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을 경영하거나 사회조직을 리드해 가는 사람들이 가지는 영성(Spirituality)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 영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세상을 보는 눈과 합리적 가치 추구,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유연한 발걸음이다.

얼마 전 스칼렛 요한슨이 우리나라 배우 최민식과 주연한 ‘루시’라는 영화에서 총을 들고 설치며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을 해댄다. 그야말로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날아다니며 남자들을 상대로 몸싸움을 벌인다.

 우리에겐 ‘레옹’과 ‘제5원소’로 유명한 뤽 베송 감독의 이 영화에서 그는 인간의 평균 뇌사용량은 10%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24%를 사용하면 신체의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고, 40%는 모든 상황의 제어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62%는 타인의 행동을 컨트롤하게 되고, 100%를 사용한다면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인간 뇌의 무한영역에 대해 논하며 그 힘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한다.

결국 인간 뇌의 물리적 접근과 생각의 정신적 근간을 한데 묶어 낸다면 이것이 바로 인문이고, 인문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신화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도 당연히 포함될 수 있다.

미국의 버크 베어라는 11살 난 소년이 5분짜리 TED 동영상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외친다. 음식과 유전자 조작 문제를 지적하며 태생적 문제까지 억지로 결합시켜 발전 또는 진화라고 이야기하지 말라고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고구마와 감자가 같은 줄기에 붙어 있고, 사과와 토마토·당근이 같은 나무에서 열리고 자라는 모습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진화·발전이 얼마나 우리 삶에 도움을 줄 것인가? 얼마나 우리의 이야기에 살을 붙여 줄 것인지?

더 이상 진화와 발전, 기술의 만능시대는 대세가 아니라고 본다. 한 줄의 시에서도 가슴이 벅차 오고, 영화 한 장면에서 눈물이 맺힐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림 앞에서 숨이 멎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 있는 모습이 훨씬 인간적이다. 감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화된 세상에서의 보다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것이다.

인문이 그에 대한 확실한 답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 기능이 뒷받침돼도 사람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으면 진화·진보는 없는 것이다.

특히 무슨 일을 하더라도 혼을 담은 일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냥 집중과 몰입, 동기부여 같은 경영학적 용어가 아닐진대 이 얼마나 크고 담대하며 진지해야 하는지 나는 신입직원에서부터 임원을 할 때까지 이 문제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했었다.

금융인이 인문을 논하는 것 자체가 태생적 부조화지만 고객에 대해 좀 더 합리적 선택을 하게 만들고 직원들에게는 동반성장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나만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우리가 흔히 경제, 경영을 논하며 시장을 이야기하고 현장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의 이야기는 그냥 소설이나 영화, 그림을 통해 공감을 해 가고 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믿어 본다. 인문의 힘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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