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8일이면 민선6기 지방선거에 당선된 단체장들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는다. 풍운의 꿈을 품은 저마다의 동량지재가 100일을 그냥 넘길 리 만무하다.

우리 전통에 백일(百日)이 있다. 삼칠일(아이가 태어난 지 스무하루 동안)에는 새 아기를 집안사람에게만 보여 주지만 백일은 온 친척, 온 동네가 알게 큰 잔치를 베풀어 자축하고 축복받는다. 백이란 숫자에는 완전·성숙 등의 관념이 있어 아기가 완성된 단계를 무사히 넘기게 됐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정치와 연관된 100일도 있다. 나폴레옹의 백일천하(1815년 3월 20일~6월 28일)와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뉴딜(New Deal) 등 중요 법안을 가결한 백일의회(1933년 3월 9일~6월 16일)를 ‘Hundred Days’라 한다.

미국에서 ‘Hundred days’는 대통령 취임 후 100일간 정권 발족 후 어느 정도의 정책을 내세웠는지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기간이란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취임 100일을 어찌 평가하고 시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지 궁금하다.

# 공개모집 통한 제 식구 챙기기?
취임 초 시장 인사는 큰 관심사다. <인천 경제부시장의 ‘관피아’ 논란> <동창·특정 지역 챙기기 유정복 시장 인사 또 ‘도마’> <앞뒤 안 맞는 인천시·산하 체육회> <유정복 시장 인맥 챙긴 시정부 구성 조짐 ‘논란’> <인천시장 ‘보은인사’ 추진 논란:시장 측근인사 개입> <인천시 공모제를 빙자한 ‘측근 챙기기 낙하산 인사’> <측근 전진 배치:인천에서도 ‘낙하산’ 논란> 취임 후 드러나고 있는 유 시장의 인사 관련 기사다.

우선 세월호로 불거진 관피아, 특정 지역(김포)과 동문 그리고 정치적 측근 등 제 식구를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언론은 비판했던 전임 시장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공개모집’은 허울에 불과하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일부 오피니언리더는 유 시장의 ‘탕평인사’가 전임 시장과 비교된다고 평가한다. 전임 시장 시절 정치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함께했던 인사들이 여전히 현 시정부에 남아서 일하지 않느냐는 반격이다.

이런 혼란 속에 회자되는 사례가 있다. ‘Plum Book’으로 통용되는 미국의 인사제도다. 신임 대통령이 선출된 직후 상하원이 번갈아가며 「미합중국 정부 정책 및 정책지원 직위」(United States Government Policy and Supporting Positions)라는 제목의 책자를 발간한다.

이 책자(Plum Book)에는 7천~9천 개의 행정부와 의회의 ‘정책’과 상응하는 ‘직위’가 명시돼 있단다. 신임 대통령의 지명으로 채워진 이들 직위의 인사는 대통령 퇴임과 함께 다같이 사임한다. 더 이상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으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인사의 정체성이 곧 정책의 정체성
유 시장은 민선5기에 전국 최초로 도입한 인사 간담회를 6기 첫 정무부시장 내정자에게도 적용했다. 또한 인천시의 재정난, 경제난, 신·원도심 간 격차를 해결할 경제부시장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정무부시장은 내국인 출입도 허용하는 오픈(OPEN) 카지노 도입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정무부시장 자격기준에 관한 조례’를 위반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이 사건에 시장 비서실 연루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 매각 등 민영화 주장을 펼쳐 유 시장에게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임기 초반 대변인에 이어 최근 정무·안보·대외협력 특보 등을 선임했다. 미단시티 복합리조트 및 재미동포타운 등 굵직한 개발에 측근인사가 전진 배치됐다는 소식도 있다.

그런데 다수가 인천에 살고 있지 않은가 보다. 인천을 모르는 인사가 인천의 정책을 편다는 게 가당키나 할까? 인천시민이 바라는 출구전략이 엄존한 가운데 정무부시장의 헛발질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지 걱정이다. 미국은 ‘Plum Book’을 시행하는 만큼 장·차관 등 고위직 인사청문회가 철저하다. 껍데기 인천이 아니라 알맹이 인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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