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겸 기획본부장

 인문은 삶의 의미를 사람중심의 가치로 실현해 가는 길이며, 이것은 본질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는 것이다.

 며칠 전 은행 후배를 만나 보니 20년 이상 다녔던 은행에서 퇴직을 하게 됐고 그것도 아주 비정상적 압박, 겉으로 볼 때는 전혀 문제 없는 합법적 권고사퇴식 몰상식한 처리로 단행됐다며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 들어 다시 금융권 퇴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동안만 3천890여 명이 정리해고, 명예퇴직을 했다고 한다.

 인터넷뱅킹과 저수익 구조의 고착화가 가져온 결과이긴 하지만, 직원을 자산으로 보지 않고 비용으로만 보는 일방적 힘의 논리 행사가 못내 아쉬운 즈음이다. 고용체제의 유연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가고 한 단계 도약의 성장·발전 터전을 마련한다는 것은 십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보이지 않게 가해지는 강자의 논리는 약자인 직원들을 너무 힘들게 하고 그런 천박한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전략이 직원들을 병들게 한다는 것이며, 독버섯처럼 당연시 되고 확산시켜 간다는 것은 사회적 비극의 단초라고 확신한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오로지 힘의 행사와 적용, 수용 그리고 일방의 행사에 일방이 속절 없이 무너져 간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금융권 일각에서는 ‘경영전략’으로 근사하게 포장된 유치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직원들을 내보내려 안달하고 있는 느낌이다.

얼마 전 이승철 콘서트 ‘나이야가라’라는 공연을 다녀왔다. 공연 메인 타이틀이 정말 재치가 넘치고 메이킹 스토리가 되게끔 명명된 것 같았다. 아마 내가 이곳 송도 녹색경영연구원 첫 출근날 창문을 통해 바라본 큰 글씨체의 간판 갯펄(Get Pearl)이란 건물명과 미추홀(Meet you all)이란 이름만큼이나 상큼하고 웃음이 나게 만들었다.

아무튼 적어도 내게 그 가수는 늘 그렇듯 변함없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가 공연하는 콘서트는 거의 빠짐 없이 관람하고 있는 그야말로 열혈 팬이다.

그가 부르는 노래와 가사도 좋아하지만 아프리카 차드에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지어주기와 안면기형(구순구개열) 수술해 주기 같은 나눔과 배려를 직접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남달리 다가왔다.

그날도 공연 도중 영상으로 그러한 내용을 청중들에게 진지하게 설명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대중 스타의 의미를 느껴 보며 또 한편으론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는 평생을 은행에서 신뢰와 고객 만족, 자본과 리스크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며 살아왔다. 그러면서 금융산업과 금융인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기술, 기능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생각에 나름대로는 역사와 문화, 예술 같은 금융과는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접근하고 무엇인가 얻고자 노력했다.

지난달 25일 CEO강의에서 내가 쓴 「금융인문」이란 책으로 저자 직강을 하는 자리를 통해 ‘인문성은 본질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시작점을 잡았다.

처음엔 가볍게 카사노바와 돈 후앙 비교로 인문성을 가지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경우, 주변과의 관계자산, 평판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는 예를 들었다.

날개 달린 비행기 조익기(鳥翼機)와 사람도 날기 위해 날개를 달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내려놓는 것이 많으면 더 쉽게 사람도 날 수 있다라는 심오한 철학적 수사를 내비친 미디어 그룹 허핑튼의 허핑튼 회장 이야기까지 언급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나 자산(돈)을 다루는 금융인은 이러한 철학적 사고체계, 본질에 대한 의미 찾기 없이는 자존감에 대한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기존 인식의 틀을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다르게 살기에 대한 개념을 실천하려면 인문은 반드시 우리에게 좋은 방향 제시와 변화의 새로운 시작점을 주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결국 결론을 너와 나, 우리 모두 서로 좋은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마무리지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당하게 배려하고 같이 성장해 가자는 조직문화 ‘제3의 인문’은 우리네 삶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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