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섭 인천시 보건복지국장

지난 세기말 환경보전과 개발을 조화하는 개념으로 등장한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은 오늘날 소극적인 환경보호를 넘어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장됐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같은 거시경제지표를 ‘발전’과 동일시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경제와 사회, 환경이라는 3가지 영역을 모두 만족하는 ‘집합적 복지(collective welfare)’ 내지 ‘행복(happiness)’ 수준을 높이는 것이 공공정책의 과제가 됐다.

지속가능성이 조건과 과정이라면 행복은 그 목적이다. 그 행복의 최전선은 지방자치에 있고 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지방정부의 ‘조직’인데 지속가능의 관점에서 보면 한계가 있다.

조직적 측면에서 우선 부단체장 제도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의 지방정부는 선출직 단체장을 정점으로 임명직인 부단체장을 ‘행정’과 ‘정무’ 또는 ‘경제’란 이름으로 이분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인구 800만 명이 넘는 서울과 경기도는 각각 2명의 행정부시장·부지사와 정무부시장·경제부지사 1명씩 해서 3명의 부단체장을 두고 있다.

나머지 광역단체는 행정부단체장과 정무 또는 경제부단체장 각 1명씩을 두고 있다. 제주는 그 이름을 행정부지사와 환경·경제부지사로 하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법은 주민들이 투표로 선출하는 정치인이자 행정가인 단체장이 자치단체를 대표하고 그 사무를 총괄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면서도 같은 법 시행령에 다시 행정부시장·부지사가 당해 시·도의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 공무원을 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중복 내지 모순의 문제를 갖는다.

게다가 지방자치의 기능을 행정과 정무 또는 경제로 양분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정신이나 시대정신에 맞는 것인가.

최고 정무 기능은 이미 단체장이 행사하는 것이고 그 뒷받침을 위해 비서실과 다양한 자문·보좌역, 외곽 그룹들이 존재한다.

실제 자치 현장에서 정무부단체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무게를 생각하면 이를 정무 보좌기능으로만 쓰는 게 얼마나 아까운 일인지 모른다.

경제부시장·부지사는 또 어떤가. 지역 산업의 진흥과 투자유치, 일자리 창출에 대한 단체장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과연 자치의 본령을 ‘경제’만으로 대표할 수 있는가.

자치사무는 전(全)방위적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돼 있다.

오늘날 사회 발전과 삶의 질을 총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모델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최전선에 있는 지방정부도 지속가능성의 세 가지 요체이자 기둥인 경제와 사회, 환경 부문을 동시에 균형적으로 추구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추는 단체장과 부단체장의 역할체계와 틀을 새로 짜는 것부터다. 지금과 같은 행정과 정무 또는 경제부단체장의 틀로는 부족하다.

경제부시장, 사회부시장, 환경부시장이 삼두마차가 돼서 관련 분야를 보다 통합적이고 전문적으로 책임지면서 단체장을 보좌하고 이를 토대로 단체장은 시민들에게 책임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물론 중앙정부조차 경제와 사회 분야를 관장하는 부총리만 두고 환경 분야는 간과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 지방정부의 삼두마차 체제는 시기상조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다. 경제와 사회 분야에 비해 환경이 왜소해 보이는 탓이다.

그러나 독일의 지방정부들에서 보듯 환경은 도시계획 분야와 통합적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지방이 지속가능발전의 관점에서 앞서 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려면 먼저 자치조직을 획일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지방자치법령부터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 지방정부조직은 수평적 병렬적 구조로 돼 있어 과연 정책의 가치와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걸 입체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가령 법령이 바뀔 때까지는 경제와 사회, 환경 관련 실·국을 묶고 선임 실·국장이 각 분야를 리드하고 조정하도록 하는 것도 해 볼 만하다.

이 또한 선임 실·국의 직급 상향이 필요해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전국에서 새 돛을 올린 민선6기 지방정부들이 힘을 합쳐 추진해 볼 의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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