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겸 기획본부장

아침 시간 다소 여유가 있는 날이면 신문과 함께하는 원두의 커피 향이 어느새 중독이라도 된 듯하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커피를 찾게 됐는지 모를 일이고 건강과 기호, 소비의 경계를 제맘대로 넘나드는 그런 형국이다.

그러다 가끔 카카오톡 신호음이 울려 확인을 하면 주변 지인들에게서 커피 선물이 도달해 온다. 심지어 내 스마트폰에는 내가 밖에서 마실 커피가 잔뜩 쌓여 있다. 돈 대신 해당 커피집을 찾아가 스마트폰만 내밀면 얼마든지 결제가 가능하고 원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결제에 대한 기본 틀이 바뀌어 가고 있는 즈음에 또 하나 파장이 밀려오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10만 원까지 개인 간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흔히 월넷뱅킹(Wallet Banking), 전자지갑이라고 부르는 기능의 도입이다.

문제는 지금은 10만 원으로 개인 간 송금이나 결제가 가능하지만 앞으로 더 큰 금액, 더 다양한 채널의 결제시스템이 스마트폰으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은행이 왜 공룡의 길을 걷게 되는지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다.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그 많은 은행과 은행원은 어디로 갔을까?”

「소유의 종말」을 쓴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앞으로의 경제관념을 소유보다 공유(共有)로 이야기하며 차도 집도 나눠 쓰는 사회가 온다고 주장한다.

상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 쇠퇴를 예고하며 협력적 공유사회로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윤 창출이 고갈되고 상품생산비가 제로라는 상황이 정말로 발생할 수 있을까? 이해는 안 가지만 막연하게 시장경제의 방향성과 경제생활에 대해 생각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회구조의 스마트화, 경제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앞으로 많은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들은 고기능 숙련 금융업 종사자이며, 조직의 틀과 주변과의 조화에 자신들을 내려놓고 일한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다. 이런 인적 자산을 그냥 단순히 금융기관 은퇴자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면에서는 국부의 낭비라고까지 생각된다.

아주 드물게 일부 청소년 금융교육이나 보험상품 판매 같은 방면으로의 진출도 중요하지만 좀 더 큰 틀 속에서 우리나라 금융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반드시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 금융인은 잘 훈련되고, 잘 교육받은 전문가 사회집단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재무·회계 분야 컨설팅 연계만 시키게 되면 그들의 경험과 직업적 통찰을 활용해 얼마든지 동반성장, 공동체 의식 함양 같은 사회적 과제 해결의 실마리를 충분히 제공해 윈-윈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바뀌어 가는 것은 어느 시대 상황에서나 상수적으로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또 그럴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의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경제는 절대 정지상태로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화하고 가끔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한다.

평생 은행에서 거래처와 동고동락하며 지내 온 본인에게 이러한 사회현상의 흐름은 새로운 기대에 눈뜨게 하고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어떤 형태로든 은퇴 금융인에게 일자리를 열어 주고 그들의 전문화되고 사회자본화된 역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게 하고 싶다.

강의와 저술 활동이 기반이 되는 포뱅커스와 우리 연구원이 앞장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사회현상에 대한 진단, 그 진단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것도 우리 녹경원(GGMI)의 역할임을 분명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은퇴한 금융회사 직원들을 교육하고 ‘금융거래지도사’ 자격증을 부여해 그들이 나름대로 자존감과 신념을 가지고 중소기업의 재무·회계 컨설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공생과 동반성장의 길을 찾아 떠나는 금융거래지도사 배출과 제3의 인문은 결국 이 또한 나눔과 배려, 도전의 아이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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